기술사에 해체감리 자격 확대는 ‘건축사 업역 찬탈’
“법에 따른 건축사 직무·권한에 중대 위협” 건축사협회, 정부 추진 ‘해체공사 감리자 자격 확대’ 반대 및 안전 위한 제도개선 촉구 업계 존립 위협하는 업역 침해에 1만 7천 회원 권익보호 위해 강력 대응
대한건축사협회가 정부의 해체공사 감리자 자격을 기술사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에 강력히 반대하며, 이에 대응 중이다. 협회는 기존 법적 체계 내에서 기술사가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소속으로 이미 충분히 해체공사 감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음에도 추가적으로 기술사 업계에서 자격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건축사 업계의 존립을 위협하는 업역침해 시도임을 분명히 하고, 1만 7천여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기술사 업계는 정부에 기술사도 해체감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는 2022년 건축시공기술사회가 관련 자격 제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사안과 관련이 있다.
협회의 핵심 관계자는 “건축사는 대학에서의 5년제 교육과 실무수련, 그리고 실무교육을 통해 건축물의 설계, 감리, 유지관리, 해체 등 생애주기 전 과정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통합적 이해와 경험을 갖추고 있으며, 건축사의 해체감리 수행은 이러한 역할의 자연스러운 연장으로, 해체감리 자격의 확대는 부당한 업역 침해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건축사는 해체계획서 작성과 검토, 그리고 해체가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지도하고 감독하는 감리 업무를 수행한다. 이는 건축사가 건물을 지을 때 구조, 설비 등 관계전문기술자의 도움을 받아 안전, 기능, 환경, 미관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총괄하여 설계도서를 작성, 감리하는 것처럼, 건축물을 해체할 때도 관계전문기술자와 협력하여 계획서를 작성 검토하고, 감리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고 바람직하다는 정책 의도가 반영된 결과다.
건축사 업계는 기술사에게 해체감리 역할을 허용하는 것이 법적으로 정의된 건축사의 역할을 침해하고, 건축사법에 따른 전문 영역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하게 반발한다. 이는 건축법, 구조 역학, 재료 과학 등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대학 5년제 교육의 취지와도 상충된다고 지적한다.
경기도에서 해체감리를 전문으로 하는 A 건축사는 “건축사는 대학에서 긴 교육 과정을 거치고 필수적인 실무수련을 완료해야 하며, 이러한 과정들은 건축사가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 동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한다. 해체감리 자격의 확대는 이 중요성을 경시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특히 다른 기술직 종사자들에게 국토부 소관 업무를 과기부 소관의 기술사사무소로 분산시키는 것은 책임과 권한의 이원화로 인해 건축물의 안전성과 관리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최근 국토교통부와 간담회를 통해 해체공사의 안전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제안했다. 이 제안에는 해체작업자 안전관리 기준 마련, 해체공사 감리자 역량 강화, 감리대가 제도 개선, 감리자 사후 평가제도 도입 등이 포함됐다.
협회 법제정책처는 “해체공사 현장에서 건설기술인과 안전관리자의 배치 부재로 인해 해체공사의 용도와 규모에 맞는 시공기술사를 포함한 건설기술인 배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또한 “현재 충분한 감리자 인력 풀을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체공사 감리자의 역할을 강화하는 제도 운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상주감리 현장에서 요율 방식에 따른 대가 산정이 불합리하게 이뤄지고 있으므로, 감리대가의 산정 기준을 명확히 하고, 아울러 감리 완료 후 감리자의 대가 적정성 등을 평가해 감리자 명부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추가로, “필수 확인점 외에 도심 밀집지역에서의 인접 건물 붕괴 위험을 고려해 감리원의 배치 등급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감리비를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