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탐방】 문화 역사의 숨결을 깨우는 ‘직조자’…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우리 역사 소중한 증거, 미래 세대에 전달 중요한 유산 보호·복원하는 전문가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전국에 75명 활동 자격 취득 핵심 전제 조건은 ‘건축사 자격’ 보유 시험은 필기·면접으로 구성 평균 연간 약 50∼60명 시험 응시, 합격률은 낮아 자격 취득 후 문화유산 복원, 프로젝트 참여 기회 열려

2024-04-16     장영호 기자

국가유산은 우리 역사의 소중한 증거이자 미래 세대에 전달해야 할 중요한 유산이다. 이를 보호하고 복원하는 일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중요한 작업이며, 이를 담당하는 전문가가 바로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현재(20243월 기준) 국내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자격취득자는 105(현업종사자 75)이다. 이 분야의 전문가 수가 적다 보니, 많은 사람이 이 분야의 존재조차 모르거나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본지에서는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자격과 취득을 위한 전제 조건,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살펴보고, 이 자격이 국가유산 보존과 복원 분야에서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그리고 이 분야에 관심 있는 건축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국가유산수리기술자 실측설계 자격은 국가유산 보존·복원 작업을 담당할 전문가들에게 요구되는 특별한 자격이다. 이 자격증은 국가유산의 구조와 재질, 역사적 가치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유산을 안전하게 복원하거나 보존할 수 있는 기술·지식을 갖춘 인력을 인증하는 역할을 한다. 전국에 75개 국가유산실측설계업을 등록한 건축사사무소(2024년 기준)가 있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자격 취득의 전제 조건 중 하나는 건축사 자격의 보유

국가유산수리기술자 실측설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전제 조건 중 하나는 건축사 자격의 보유다. 국가유산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8(국가유산수리기술자) 1항에 따르면, 국가유산수리를 위한 실측설계 도서의 작성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유산수리기술자 자격시험에 응시하려는 자는 건축사법에 따른 건축사 자격을 가진 자로 규정돼 있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면접으로 진행된다.

이는 문화유산의 보존과 복원 작업이 단순한 건축 작업을 넘어서는 전문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건축사 자격은 건축에 관한 깊은 이해와 기술적 지식을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며, 이런 이유로 국가유산수리기술자가 자격증을 불법으로 대여하면 1차 위반만으로도 자격이 취소된다. 국가유산 실측설계 기술자 등이 사전조사·고증조사를 소홀히 해 실측설계도서를 사실과 다르게 작성할 때도 행정처분이 이뤄진다.

국가유산 실측설계업을 수행하기 위한 요건으로는 문화유산의 역사, 구조, 재료에 대한 지식과 이를 보존·복원하는 데 필요한 기술적 이해가 중요하다.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이면서 전라북도 전주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최상철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연백당)국가유산수리기술자 실측설계자격 시험에는 평균적으로 연간 약 50-60명이 응시하지만, 시험에 합격하기가 굉장히 어렵다이 분야는 특히 역사와 건축에 대한 깊은 이해와 문화유산 관련 법령, 한국사, 건축등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덧붙여 명지대와 전북대, 한국전통문화대학 같은 특화된 대학에서 관련 과목이 개설돼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러한 과목을 찾기 어렵다. 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객관식과 논술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실무능력을 검증하는 면접 과정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미륵사지석탑은 1999년 보수를 시작해 준공식을 하기까지 20년이 걸렸다. 2019년 전북 익산시 미륵사지에서 열린 익산 미륵사지석탑 보수준공식 모습. (사진=뉴스1)

국가유산 수리기술자 실측설계 자격을 취득한 후에는 다양한 국가유산 보존과 복원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다. 국가유산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실측 작업을 수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복원 또는 보존을 위한 설계도면을 작성한다. 다음은 국가유산 수리기술자인 전주 최상철 건축사와의 일문일답.

최상철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연백당), 사진=최상철 건축사

Q 건축사가 국가유산수리기술자(실측설계)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추천할 수 있는 특별한 학습 자원이나 준비 팁이 있나요?

가끔 현실적인 불경기를 타개하는 경제적인 방편의 하나로 국가유산 실측설계를 취급하는 건축사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것은 상당히 위험한 발상입니다. 이 자격시험이 결코 만만치 않아서, 예상치 못한 시간과 정력의 낭비가 수반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축사가 아니라면, 국가유산 실측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우리 건축사님들은 그럴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각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문화유산 답사를 자주 다닐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Q 국가유산 보존과 복원 작업에 사용되는 주요 기술과 방법론이 있을지요?

국가유산 실측설계 분야에서도 요즈음은 드론’, ‘3D스캔을 활용한 실측방법이 병용되기 때문에 상당히 효과적인 성과물이 나타나곤 합니다.

Q 국가유산 수리기술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이었나요?

국가유산 실측설계 건축사들의 주요 업무는,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정밀실측보수정비’, ‘주변정비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현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익산 미륵사지익산 왕궁리관련 설계업무에 참여한 것과, 특히 익산 왕궁리에서는 지속적인 발굴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발굴조사 연구동을 설계한 것입니다.

무려 1300여 년 전, 백제시대 무왕 시기의 왕궁터에 현대식 건축물을 설계하는 일은 상당히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문화유산을 보존하면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여 미래세대에게 전달해주는 일, 보람되지 않을까요?

Q 이 분야에 새롭게 진입하려는 건축사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무엇보다도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필요할 겁니다. 거창하게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사명감은 아닐지라도, 지금 나의 이 작은 흔적이, 역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의 궤적을 구성하는 일부분이라는, 그러한 가치 기준이 정립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1964년 공포된 베니스 헌장(The Venice Charter)’에 이러한 구절이 있습니다. 제가 문화유산 실측설계에 뜻을 품게 된 동기이기도 합니다.

추정이 시작되는 순간, 복원을 멈춰라. 그리고 불가피하다면, 기록으로 남겨라.”
“It must stop at the point where conjecture begins, and in this case moreover any extra work which is indispensable must be distinct from the architectural composition and bear a contemporary stam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