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답사수첩] 봄이 오는 벚꽃 길, 청도 각북

2024-04-11     김진섭 건축사·건축사사무소 라온

봄에 화창하게 피는 분홍색 또는 하얀색 벚꽃은 이미 익숙한 봄의 전령사이다. 대표적인 꽃말은 아름다운 정신(영혼), 정신적 사랑, 삶의 아름다움이다. 그 외에도 절세미인, 삶의 덧없음과 아름다움, 순결, 뛰어난 아름다움, 정신미, 교양, 부(富), 그리고 번영을 뜻하기도 한다.

아침 햇살이 번진 벚꽃터널. (사진=김진섭 건축사)

벚꽃은 관측 표준목의 한 가지에서 3송이 이상 꽃이 필 때를 ‘개화’, 전체 나무에서 80% 이상 꽃이 필 때를 ‘만개’라고 한다. 개화 시기는 3월 말(남부지방)~4월 초(중부지방)이며, 완연한 봄으로 느낄 무렵에 피어서 며칠 동안 나무를 뒤덮다가 꽃이 떨어지고 잎이 나며 진다. 벚꽃이 만발할 때에는 그 거리의 모습이 아름답기에 그 순간을 위해 미리 벚나무를 심기도 한다.

한반도의 벚꽃
조선시대까지 꽃구경에서도 최고의 꽃으로 쳐주는 건 복숭아꽃, 그다음으로 살구꽃이었다. 조선의 풍속인 화전놀이는 진달래가 주였으며 고전 작품 등에서도 쉽게 지는 벚꽃보다 사군자인 매화, 또는 복숭아꽃, 살구꽃을 더 선호했다. 사실 조선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중국의 영향력을 받던 모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러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중국풍(당풍)의 관습과 제도를 받아들이던 나라 시대에는 벚꽃보다 매화를 선호하였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쓰던 궁중 문양 중 벚꽃 문양이 존재하며 후술 된 이계 홍량호 일화 등으로 볼 때 벚꽃에 완전히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다. 또한 벚나무의 실용성 측면에서도 접근했다. 조선조 효종이 북벌을 계획하고 궁재(弓材, 활의 재료)로 쓰기 위해 북한산 우이동과 장충단 근처에 수양벚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는 기록도 있다. 즉, 목재로써의 관점으로 심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이전에도 팔만대장경 목판의 절반 이상이 벚나무 목재인 것으로 밝혀지는 등 벚나무를 목재로 사용한 사례가 있다.

복숭아꽃으로 유명한 곳이 북둔, 오늘날의 성북동 일대였고 복숭아꽃이 피는 시기이면 이곳으로 사람들이 꽃구경을 왔다고 한다. 그리고 살구꽃으로 유명한 곳은 행촌동 근처의 필운대(弼雲賞)였다. 그러다가 꽃구경의 대상이 벚꽃으로 바뀐 건 일제강점기 이후였다.
 

각북 벚꽃길. (사진=김진섭 건축사)

청도의 벚꽃 로드
각북면은 청도군 서북쪽에 자리 잡고 있다. 비슬산과 삼성산이 높게 솟아 있어서 남쪽으로는 트여 있으나 삼면은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북쪽과 서쪽은 대구광역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풍각면과 마주하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이다.

각북 벚꽃길은 1999년부터 2000년까지 이창상 前재경향우회장, 이장협의회, 새마을협의회 등 지역주민이 십시일반 묘목비를 기탁한 것으로, 약 12km에 달하는 구간에 1,500여 그루를 식재해 24년이 지난 현재 명품 벚꽃길로 거듭나게 됐다.

각북 벚꽃길은 여타의 벚꽃축제와는 사뭇 다르다. 지방도 911호선이 지나는 헐티재에서 오산리, 상평리, 우산리, 명대리를 거쳐 이서교까지 상당히 긴 20㎞ 구간을 말한다. 헐티재에서 오산리로 내려오는 곳, 상평리로 이어지는 곳 그리고 청도천 변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벚나무의 크기가 크고 수령이 오래되어 가장 인기 높은 경관을 보이고 있다.

각북의 벚꽃길은 평소에는 차량이 많이 다니지 않는 길이다. 지금은 유명세를 타서 주말이면 상춘객으로 몰려 2차선 도로가 차량으로 꽉 찬다. 도로 양쪽으로 늘어진 벚꽃 사이에 서 있노라면 황홀한 봄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침에 햇빛이 터널로 만들어진 벚꽃 사이로 스며들어 오는 모습은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출처 : 나무위키
주소 : 경북 청도군 풍각면 송서리 765-1(이서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