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ORT-제주연구원] 발주 체계‧공모제도 심사기준 개선해 공공건축에 ‘제주다움’ 적용해야

도시‧건축 관점에서의 ‘제주다움’ 설정과 적용 방안 연구 보고서 제주 도시‧건축 특성 반영한 지역성 ‘제주다움’ 아카이빙 중요 민간 건축, 규제보다 자연스러운 유도 방식 필요

2024-04-08     조아라 기자
제주대학교 구 본관(위)과 제주월드컵경기장(아래)은 바람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건축물 레벨을 낮게 계획한 점이 특징이다. 제주의 기후 및 자연경관 측면에서 지역성을 반영한 사례다. 【사진_곽재환 건축사(위), 제주 유나이티드FC(아래)】

제주도는 지역적·건축적 특성이 뚜렷한 곳이다. 이는 섬의 지형적 특성, 원도심의 도시적 특성, 해발 100~300미터의 중산간 지역 등에서 나타난다. 건축적으로는 돌담, 안거리, 밖거리, 박공지붕, 눈썹지붕 등의 형태, 배치, 색채, 조경을 통해 지역적 특성이 드러난다. 제주도의 독특한 도시 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이주민 증가와 개발사업의 가속화로 인한 도시 및 건축적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대응해 제주연구원은 도시 및 건축 관점에서의 제주다움설정과 적용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공공 건축과 민간 건축에 제주의 지역성을 적용하는 방안을 탐색했다

제주다움은 제주 지역의 도시 및 건축 특성을 반영한 지역성을 의미한다. 이는 과거부터 이어진 제주도민의 생활방식, 주변 자연경관, 용도지역, 건축물의 용도와 사용자를 고려한 개념이다. 공공 건축에 이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발주 체계와 공모 제도 심사 기준의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의 PQ(Pre-Qualification, 입찰 참가 자격 사전 심사)에 한계가 있으므로, 우수한 디자인이 제안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제시한다. 또한, ‘제주다움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안을 마련하고 소규모 공공 건축물의 설계 공모를 확대하는 방안 역시 공공 건축에 제주다움을 포함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기준 설정과 규제적 접근을 통해 제주다움의 확산을 도모하는 방안이다

민간 건축의 경우, 규제보다는 자연스러운 유도 방식이 필요하다. 마을 도시, 건축 상세 가이드라인의 개발과 디자인 지원센터의 운영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 마을 도시 및 건축 상세 가이드라인은 지역 여건에 맞는 유형별 분류 후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이는 입체적 공간 관리와 지속 가능한 지역 건축 디자인을 통해 지역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기존 건축물과 일관된 자재와 건축 양식을 사용함으로써 통일성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캐나다에서는 농촌 마을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원 지역의 농촌 풍경과 마을, 전통적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디자인 지원센터는 지역 고유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조성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국내에서는 수원시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여 실행 중이며, 구미시는 도시디자인()위원회를 통해 민간 및 공공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제주다움의 아카이빙이 중요하다. 마을 단위 경관건축 아카이브로 마을 단위 문화유산을 구성하고 보존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무분별한 도시 개발과 도로 확장은 기존의 지역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므로, 마을 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마을 아카이브를 수행해 물리적, 문화적, 역사적 요소를 고려한 아카이빙을 실시했다. 또한, 공공 및 민간 건축물의 디자인에 통일성과 조화를 주기 위한 디자인 아카이빙이 필요하다. 용도별, 규모별로 평면, 입면, 단면, 색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우수한 디자인을 적용해야 제주다움을 더욱 널리 공유할 수 있다

연구진은 소규모 건축물에 대한 설계공모 확대, 공공건축지원센터, 민간전문가 제도 등이 단기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과제로 꼽을 수 있다제주의 지역성을 건축에 반영하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