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글로벌(주) 이상호 사장

“경영자로서의 건축사, 경영환경변화에 둔감해서는 안 돼”

2014-03-01     대담 김형수 편집국장
▲ 한미글로벌(주) 이상호 사장 ⓒ손석원 기자

‘CM’은 Construction Management의 약자로, ‘건설사업관리’를 뜻한다. 국내 CM분야의 선구자적 역할을 한 기업을 꼽는다면, 아마도 한미글로벌(주)일 것이다.
지난 1996년 설립된 한미글로벌은 미국 파슨스社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국내건설 실정에 적합하고 체계화된 건설관리기법을 도입하고 있다. 최근 남극 두 번째 기지인 ‘장보고기지’ CM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한 한미글로벌은 그간 동대문 JW Marriot Hotel 신축공사, 상암동 DMC 디지털큐브 신축공사, 해운대 I’PARK 등 국내 굵직한 프로젝트의 CM을 맡아서 진행했다.
한미글로벌은 지난 해 말 회사 경영시스템을 새롭게 정립하고자 이상호 GS건설 경영연구소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본지는 건설산업전략전문가로 잘 알려진 이상호 사장을 만나 CM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CM’이라는 단어를 건축사들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사장님께서 생각하시는 CM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또한 ‘한미글로벌’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CM(Construction Management)’는 흔히 기획, 설계, 시공 등 건설사업 과정의 전부나 일부를 민간의 건설사업관리자가 맡아서 발주자를 위해 공사비 절감, 공기 단축 및 품질․안전 확보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되고 있습니다. 건축설계업이나 전문건설업 등 다른 건설서비스와 달리, CM은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가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발주자 역량과 프로젝트 성격에 따라 다양한 범주의, 무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CM은 “객관적․중립적인 제3자 입장에서 발주자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Third party professional services)”하는 것입니다. 특히 전문지식이 없는 발주자가 건설업체에게 일을 맡길 때, 발주자로서는 건설업체를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때 건설업체 편도 아니고, 발주자의 산하조직도 아닌 제3의 민간 건설사업관리자에게 발주자를 위한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토록 하는 것입니다. 이 같은 CM의 정의나 역할 및 기능적인 측면에서 볼 때, CM은 정직과 신뢰, 전문성과 투명성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해야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만약 이 같은 가치를 지키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외면 받게 될 것입니다.
1996년에 설립된 한미글로벌은 우리나라 CM의 선구자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CM이 법제화되기 이전부터 CM사업을 해 왔고, 우리나라 최고의 CM회사이자, ENR(Engineering News Record)지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CM업체 중 18위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한미글로벌의 CM사업 영역은 대단히 넓습니다. 상암동 월드컵 구장을 비롯하여 초고층 건축물, 반도체 공장이나 남극기지 건설 등의 CM사업도 수행해 왔습니다. 우리나라 CM의 역사는 한미글로벌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한미글로벌은 CM활성화를 통해 우리 건설산업을 선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CM사업 자체가 정직, 신뢰, 전문성, 투명성이라는 가치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한미글로벌은 우리 건설산업의 선진화를 위해 다양한 저술, 교육 및 포럼 활동을 추진해 왔습니다. 저도 약 10여 년 전부터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한 한미글로벌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했던 것 같습니다.

Q. 오랜 건축시장의 침체기가 최근 들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듯합니다. 건축시장 분석의 최고 전문가로서 향후 부동산 및 건축 시장의 움직임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8년 이후 국내 부동산시장은 침체기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탓도 있지만, 국내 부동산이나 건축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화된 탓도 있습니다. 과거 ‘압축성장’이라고 부르던 시기에는 만성적인 초과수요와 공급부족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일시적으로’ 과잉공급과 수요부족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지금의 위축상황이 ‘일시적’이라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흔히 이제 우리나라는 인구나 가구구조 변화 등으로 건축경기가 다시 회복되기 어렵다는 비관론을 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아직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불 수준에 불과합니다. 만약 3만 불, 4만 불 수준으로 올라간다면, 건축물에 대한 국민들의 눈높이나 수요도 크게 높아질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경제성장이 계속된다면, 건축시장의 미래도 밝을 것으로 봅니다. 다행히 금년부터 세계경제는 물론 국내경제도 바닥을 치고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아직 불확실성이 높긴 하지만, 건축시장도 최악의 침체국면은 벗어났다고 봅니다. 건축업계도 희망을 갖고 미래를 대비할 시기입니다.
다만, 금년도 상황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표시하고 싶습니다. 요즘 언론에서는 일제히 부동산시장 대세상승론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주택거래량이 늘고, 매매가격도 몇 주간 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지표를 보면 분명히 좋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은 대단히 심각하고, 국내 수요 여건은 미약한 실정입니다.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시행되면서 우리도 머지않아 금리상승이 예견됩니다. 이런 시점에서 국내 부동산시장의 공급물량은 아파트건 오피스텔이건 오피스건 비즈니스호텔이건 간에 예년보다 크게 늘어납니다. 준공물량도 그렇고, 분양예정물량도 그렇습니다.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구매여력이 대단히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부동산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금년 상반기 중에는 건축경기도 그런대로 호조세를 보일 것입니다. 준공물량과 분양물량이 함께 늘기 때문에 건축설계를 비롯한 연관 분야의 경기도 회복되는 것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로도 계속 이같은 경기 상승세가 이어질 지는 의문입니다. 현재의 수급상황을 비롯하여 건축시장 구조를 냉정하게 꿰뚫어 보면서, 특히 금년 하반기 이후 건축사업의 추진 여부나 추진 시기는 신중하게 저울질해야 할 때입니다.

Q. 사장님께서는 한국건설산업연구원, GS건설 경영연구소장등을 거친 ‘건설산업전략전문가’로 정평이 나 계신데, 신임 사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경영 전략을 갖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제가 12년간 연구원 생활을 하다가 기업에 들어와 보니, 몇 가지 눈에 띠는 특징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우선 기업에서는 폭넓은 관점에서 시장의 구조나 변화를 통찰하는 것보다 프로젝트 중심으로 모든 것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적을 내야 하니 당연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사업이나 건축 사업은 다년간이 소요되는 장기사업인 경우가 많습니다. 경기나 시장흐름은 도외시 하고 프로젝트만 쫓다가 곤경에 처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수익성보다 수주나 매출확대 같은 물량 중심의 경영전략을 채택하는 기업도 많은 것 같습니다. 수익창출 없이 적자 수주나 매출만 늘리는 기업은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리스크 감수는 잘하면서 정작 필요한 리스크 관리는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제는 과거와 다른 경영전략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경제를 포함하여 건축시장의 큰 흐름을 통찰하고, 수익성 중시 경영을 펼치면서, 리스크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한미글로벌 사장으로서, 저는 3대 성장 축을 가꾸어 나가자고 주창하고 있습니다. 3대 성장 축은 국내 최고의 CM회사로서 CM사업에 기반한 사업 확장, 해외CM사업 확대 및 전략적 M&A 활성화입니다. 핵심역량에 기반한 사업, 해외사업 및 M&A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은 사실 새로운 경영전략은 아닙니다. 관건은 실행력의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건축설계업과 마찬가지로, CM사업에서도 사람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수한 글로벌 인력을 채용하고, 육성하며,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성공적인 인사관리를 위해서는 임직원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명실상부한 ‘직장인의 천국’이 될 수 있도록, 경영전략 차원에서 행복경영을 추구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Q. 건설사업을 총괄하는 CM측면에서 볼 때 여러 프로세스 중 설계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그 중요성은 무엇이고 CM에서 설계는 어떤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습니까?
CM사업을 할 때, 흔히 ‘기회곡선’이란 이름으로 기획 및 설계단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림을 보여주곤 합니다. 공사비, 공기, 품질을 좌우하는 결정적 단계는 시공단계가 아니라 기획이나 설계단계와 같은 시공 이전(Pre-con) 단계입니다. 공사비 절감 가능성은 설계나 기획과 같은 앞단계로 갈수록 높아지는 반면, 시공 이후 단계로 갈수록 낮아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CM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설계관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계관리는 주로 설계성과품에 대한 검토업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기본설계나 실시설계도서를 검토해서 시공성과 경제성을 높이는 활동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설계관리의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설계성과품의 관리 차원을 넘어서 발주자 요구조건이나 사업목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계기준 설정, 설계자 및 전문컨설팅업체 선정, 설계일정관리, 문서관리, 의사결정 참여, 예산관리 등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CM사업에서 설계관리 업무가 확대되는 이유는, 앞서 제가 생각하는 CM의 정의에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설계자와 독립된 제3의 전문가 관여를 발주자가 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발주자가 설계자의 역량을 못미더워 그런다기 보다, 제3의 전문가를 활용한 객관적 검토를 통해 더 나은 설계를 만들고자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Q. CM 관리 측면에서 기존의 건축설계 관행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제가 건축사도 아니기 때문에 직접적인 설계업무나 설계관리업무를 수행한 적이 없습니다. 솔직히 건축설계 관행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건축사들의 설계역량은 이미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생각합니다. 우수한 건축사들도 많이 배출되었습니다. 다만, 우리 사회의 미성숙이나 법․제도의 후진성으로 인해 건축설계 관행이 왜곡된 측면은 다소 있는 것 같습니다.
건축설계업체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전반적인 경기침체 탓도 있겠지만, 비현실적인 설계대가기준이나 불투명한 법․제도, 치열한 수주경쟁 구조 속에서 가격경쟁이나 요행에 의한 낙찰이 이루어지고 있는 입찰계약제도 등도 원인이라고 봅니다.
건축설계 관행의 왜곡은 거울에 비춰진 발주자의 얼굴이라고 봅니다. 건축설계 관행이 왜곡된 원인을 설계자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발주자, 특히 공공발주자는 후진적인 법․제도가 후진적인 건축설계 관행을 만들고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에서 “을” 위치에 있는 설계자만 혼낸다고 해서 건축설계 관행이 바로 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우월적 지위라고 하는 “갑”의 위치에 있는 발주자부터 변해야 건축설계 관행의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도 필요합니다.
2008년에 한미글로벌 김종훈 회장님께서 건설산업선진화위원장을 맡으셨을 때, 저도 마스터플랜분과 위원으로 실무작업을 총괄하는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그때도 설계나 엔지니어링이 건설산업을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한 왜곡된 건설업계의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발주자부터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Q. 새로운 시장을 찾아 CM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건축사들이 많습니다. 사장님께서 판단하시기에 CM시장에 접근하는데 건축사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건축사들은 설계역량을 갖고 직접 설계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CM사들은 직접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설계자와 CM사의 관계는 운동장에서 직접 뛰는 선수와 코치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우수한 선수가 항상 우수한 코치는 아니듯이, 우수한 건축설계자가 항상 탁월한 건설사업관리자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지만 상관관계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선수 경험없이 코치만 해서야 게임의 룰과 선수에 대해서 제대로 알 수 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건축설계를 직접 해본 경험없이 설계관리만 잘 할 수 있다고 우기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건축사들이 CM시장에 접근하는데 강점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선수로서의 핵심역량과 코치로서의 핵심역량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건축사는 자신이 맡은 설계업무만 잘하면 될 것입니다. 하지만 CM사업자는 발주자의 대리인으로서 설계자 보다 좀더 폭넓은 시각에서 사업참여자들과 소통하고, 공사비․공기․품질 등 여러 가지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적화하는 관리자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바로 이 관리역량이란 측면은 건축설계만 전담해 온 건축사들이 상대적으로 다소 취약한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Q. 일선의 건축사들 중 많은 수가 설계 능력은 탁월하지만 사무소를 경영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사들에게 경영전략 전문가로서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많은 건축사들이 사무소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국내 건축경기 침체가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종합건설업체의 국내 건설수주 실적 추이만 봐도, 2007년에 128조원을 기록했다가 작년에는 91조원으로 추락하지 않았습니까? 이처럼 시장이 줄어드니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수주경쟁의 내용도 파괴적 가격경쟁이 되다 보니 수주를 한 쪽이나 못한 쪽이나 모두가 어려워지는 악순환 구조에 갇혀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인 것 같습니다.
건축사의 경영역량 부족도 원인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탁월한 예술가적 감수성을 가진 훌륭한 건축사는 많지만,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은 건축사들이 많지 않다 보니 지금과 같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소규모 기업일 때는 탁월한 건축사 한 두 명의 개인기에 의존해서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십 명 내지 수백 명의 직원을 거느린 기업이라면, 관리시스템 없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제대로 된 경영관리시스템의 정립과 운용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예술가로서의 건축사’는 정치경제적 환경변화를 무시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영자로서의 건축사’는 경영환경 변화에 둔감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 건축시장의 경우, 제가 보기에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성장의 정체상태 내지 위축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주나 매출확대 위주의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중심 경영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울러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해야 하지만, 철저한 사전조사와 리스크관리를 전제로 진출해야 합니다. 해외진출이 자칫 회사 성장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회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 사례도 대단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전국의 건축사들과 대한건축사협회에 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우리 건축시장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습니다. 비록 일시적인 정체기를 겪고 있지만, 경제성장과 국민소득 증대에 따라 건축시장은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머지않은 장래에 남북통일이 이루어진다면, 건축시장은 또 한 번 고도성장기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건축사나 협회에서 준비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괴적인 가격경쟁의 덫에서 탈피하는 일입니다. ‘제살깎아먹기식’의 수주경쟁은 피해야 합니다. 공공부문에서는 법․제도의 개선을 통해서 정당한 대가를 받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민간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정하고 투명한 건축문화를 만드는데 건축사와 협회 모두가 나서야 합니다. 이전보다 훨씬 깨끗해 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정․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건축사들은 전문직업인으로서 강한 윤리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협회는 부정․비리를 조장하는 법․제도나 비현실적인 규제의 타파를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국내 건축설계시장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건축사들도 해외시장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에서 적절한 해외사업정보 제공 등 지원기능을 강화해야 합니다. 건축사들도 체계적인 경영관리시스템의 기반 하에 전략적인 해외시장 진출을 추진해야 합니다.
금년부터 글로벌 경제여건이 호전된다고 하지만, 아직은 완전회복을 점치기 어렵습니다. 변동성이 대단히 큰 시기라고 봅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단이 중요합니다. 이번 위기를 겪는 과정에서 건축설계시장의 구조는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급격한 외형성장보다 당분간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수익성 중심의 내실경영에 주력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