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축계 이슈, 우리들만의 일인가?

2023-11-29     강기수 건축사‧올바른건축사사무소
강기수 건축사‧올바른건축사사무소 (사진=강기수 건축사)

주로 자가용을 이용해 시공 현장에 가는 편이다. 대부분의 건축사가 비슷할 것이다. 이동 중에는 라디오를 주로 듣는데 듣다 보면 다양한 광고가 나온다. 광고 중에 특정 협회의 광고를 들을 때가 있다. 처음에는 저런 협회도 광고를 하는가 싶어 단순하게 넘겼지만 반복해서 듣다 보니 대한건축사협회는 왜 홍보를 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우리가 ‘건축은 공공재’라고 하며 건축계의 문제가 공공재를 소비하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현안도 우리만의 리그(건축 관련 매체)가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모두 보는 대중 매체에도 홍보가 돼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올해 대한건축사협회의 이슈는 의무가입, 설계비 정상화, 건축구조 분리발주 개정안 반대의 건일 것이다. 협회 의무가입은 지난 8월부터 시행됐고, 설계비 정상화와 건축구조 분리발주 반대 건은 아직 진행 중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설계비 정상화와 건축구조 분리발주 개정안 반대의 건처럼 중요한 현안을 우리만의 문제로 봐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건축은 공공재이므로 공공재를 소비하는 모두의 문제로 봐야하는 것인가.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은 지난 3월 ‘월간 건축사’와의 인터뷰에서 “건축사들의 직업적 권위가 보호되고 스스로 국가 디자이너이자 신문명 디자이너라는 시각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협회가 그런 길을 인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마도 건축사의 업무가 공적 역할을 한다는 기대감이 기저에 있기에 할 수 있는 말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문제가 공공의 문제와 직결된다면 건축계의 현안을 우리끼리만 토론해서는 대중들이 공감할 수 없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는 편이 바람직한 방안이며, 우리가 나아갈 목표가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도 우리의 문제에 공감할 것이다.

경기가 어려운 시기다. 만나는 건축사 동료들 모두 함께 힘내서 버텨보자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보면 본인의 작업을 설명하고 사무소를 홍보하는 건축사를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사례를 보면서 대중은 눈으로 본 이야기를 믿고 따라간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힘든 시기인 만큼 협회도 나아갈 방향을 찾고 있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협회가 먼저 나서서 건축사의 일 혹 은 건축계의 현안 등을 홍보해 준다면 힘든 시기를 버텨낼 힘이 되고 협회 소속의 건축사로서 자부심도 높아 질 것이다.

협회는 그동안 이루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정리해 가고 있다. 그동안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 보기 좋다. 하지만 대중은 여전히 건축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 우리를 부르는 호칭도 설계사, 소장, 건축가 등 통일성이 없다. 상담만 하면 곧바로 공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업주도 있다. 모든 게 우리가 하는 일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들의 일들을 외부에 알려야 할 때다. 우리의 문제를 우리만 알고 이야기하기에 세상은 넓고 우리들의 리그는 좁다. 우리들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알리고 이야기해 시야를 넓히고, 건축전문가로서 바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