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효상 건축사를 만나다'

"건축설계를 하는 자는 자신을 객관화시켜야"

2014-01-01     대담 유현준/홍익대 건축학과 교수/본지 편집위원
▲ 건축사사무소 이로재 승효상 건축사 ⓒ손석원 기자

건축을 배우고 있거나 건축을 업으로 사는 이들에게 ‘승효상’이란 석자는 귀에 익는 이름일 것이다. 승 건축사는 공간연구소 김수근 선생 수하에서 실무를 익힌 몇 안 되는 건축인으로 대한민국 건축을 대표하는 건축사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서울의 건축 환경을 바꾸기 위해, 공간사옥을 지키기 위해, 전국의 우수 건축물을 심사하기 위해 바쁜 한해를 보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승효상 건축사를 만나 그의 건축에 대한 담론, 국내 건축정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Q. 인터뷰 수락에 감사하며, 먼저 전국의 건축사들에게 신년인사 부탁드립니다.
A. 지난 한해도 수고들 많이 하셨다는 말씀드리며, 더 나은 갑오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Q.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근황에 대해
A. 건축 설계하는 본연의 일은 계속하고 있으며, 중국 북경에 진출한 사무소 일이 많아 계속적으로 관련 일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의 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어서 그 일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크게 건축설계와 해외업무, 서울시 이렇게 3가지 일을 주로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있다면,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연이 많이 있었습니다. 강연이 거의 주2회 정도였으니,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 수준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웃음)

Q.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건축선언’을 함께 했는데, 현재까지 추진경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A. 서울시에서 발주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대한 일을 하고 있지만, 주로 프로젝트 과정들이 어떠한 절차를 밟아서 하는가에 대해 바로잡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한 차원에서 턴키와 가격입찰제를 모두 없애는 등 공공 프로젝트 발주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건축의 위치를 선진도시에 맞게끔 구조적으로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건축’이라는 것이 토목, 건설의 하부개념으로 비춰지고 있어 이러한 점을 바꾸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Q. 서울시의 이러한 건축발전을 위한 노력이 건축사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A. 그동안 ‘건축’이라는 것은 좁은 의미에서 이뤄져 왔습니다. 주어진 필지 안에서 건물하나 짓는 것으로 매도가 되어왔습니다. 도시적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이러한 모습은 건축사의 업무 영역을 넓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지난해 한국건축문화대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전국 곳곳을 다니며 심사하느라 수고가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소감은 어떠셨는지?
A. 사람들이 어떻게 건축을 하는지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한국건축문화대상 초창기 때 1∼2회 출품한 뒤로는 출품을 거의 안했지만, 서로 교류하는 차원에서 무대 위에 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이 들어 내년부터 출품을 할 계획입니다. 또한 내가 출품해야 심사위원을 안 시키니까요.(웃음)

Q. 승 건축사께서는 40여년을 건축에 몸담고 계시는데, 돌이켜 보면 건축을 하면서 어떨 때 가장 힘들었는지요.
A. 실력이 없다고 느낄 때가 제일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는, 건축을 훈련받을 당시  하도 굶으면서 살아, 단련이 되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땅이나 클라이언트는 항상 새로운 것들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것들에 대해 새롭게 되어야 하는데 내가 새롭지 못할 때, 그 때가 항상 괴롭습니다. 이 점은 끝이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항상 괴롭기도 합니다. 아마도 평생 숙제인 듯 합니다.

Q. 만약 건축을 하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요?
A. 원래는 고등학교 때 신학을 하려고 했었습니다. 부모님이 독실한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신학에 반대하셨습니다. 그런데 누님이 건축을 해보라고 조언을 해주었고, 아무생각이 없이 건축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누님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본인은 지금 교회에서 장로를 맡고 있습니다.(웃음)

Q. 개인적으로 본인 작품 중 각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전혀 없고, 허점투성이지만 중요한 작업은 하나 있습니다. 내 이름으로 처음 작업한 ‘수졸당’입니다. 이 작품은 내가 얼마만큼 와 있는가를 볼 수 있는, ‘내 건축의 기점’이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 보면 엉터리고 허점이 많지만, 내가 지금 어느 정도 발전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는 원점 차원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 '승효상'이라는 이름으로 작업한 첫 작품 '수졸당' <제공=이로재>

Q.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작가로 초대를 받으실 정도로 국내 건축사 중에는 상당한 국제적 지명도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국내 건축사 중 프리츠커상에 가능성이 높으신 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프리츠커상 수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주변에서 다른 사람들이 압력을 넣고 이야기하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좀 받기는 하는데, 내가 받고 싶다고 주는 상도 아닙니다. 이러한 상을 받기 위해서는 사회의 건축적 민도(民度)가 좀 높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의 개인 실력도 좋아야 한다고 보지만 우리 사회의 민도가 그런 상을 받을만한가 지극히 회의적입니다.

Q. 공간사옥을 아라리오 갤러리가 인수해 보존하기로 했으며, 문화재 등록 예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건축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는데, 감회가 어떤지요.
A. 문화재 등록은 되었습니다. 그건 다행스러운 일이구요. 그런데 문화재 등록을 해봐야 선언적 효과만 있는 것이지, 실질적인 효과는 없습니다. 공간사옥을 아라리오 갤러리가 인수했지만 결단코 바람직하게 보지는 않습니다. 공간사옥을 공공화 시켜야 하는 것이 맞는 것입니다. 서울시에서도 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라리오가 사버린 것입니다. 어찌 보면, 아라리오 회장은 수집을 한 것과 마찬가지이기에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서울시에서 매입을 준비하는 도중 공시가와 경매가가 차액이 있어 그 차액을 매우기위해 사람들이 소셜 펀딩에 호응하기도 했다. 대한건축사협회와 서울시건축사회도 호응하고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고 있던 와중에 아라리오가 매입을 해버린 것입니다. 솔직히 너무 안타깝고, 너무 억울하고, 굉장히 기분이 상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아라리오 회장이 선의가 있다면, 공간사옥을 공공화 시키는데 동참해야 합니다. 그래야 영구히 보전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건축물을 보존하는데, 소홀히 해 많은 건축물이 멸실되고 있습니다.

Q. 건축계 현안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국내 건축계가 당면한 문제점을 있다면? 아울러 그에 대한 해법에 대해
A. 건축이 부동산적 차원에 머물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문화가 아니죠.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는데, 건설을 주관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에 소속이 되어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건축이 건설의 10%정도 밖에 안 되다보니, 건축을 10%밖에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건축사 자체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감리를 분리하자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건축이 발전 할 리가 없습니다.

Q. 지난해 국토교통부 내에 국장급인 ‘건축정책관’이 생기는 등 정부도 건축에 대한 시각을 달리하려는 시도가 있었습니다. 건축을 주관하는 주무부인 국토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건축설계는 국토부에서 내어 놓아야 됩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 이관시켜야 건축이 바로 습니다.

Q. 중국진출로도 무척 바쁘신 걸로 압니다. 중국 진출을 생각하는 후배 건축사 또는 건축후학들에게 해주시고 싶은 말씀은?
A. 중국 쪽으로 시각을 돌려야 합니다. 중국에 답이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세일즈 갖고는 안 됩니다. 국내 대형건축사사무소들이 프로모션 한다고 진출했지만 빈손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의 초대를 받아 진출해야하는데, 본인 같은 경우는 초대를 받아 한 두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관계가 형성되어 지속적으로 의뢰가 들어옵니다.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회의가 있다거나 심포지엄이 있을 때 그쪽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는 것이 첫 번째 일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협회나 정부차원에서 한국의 건축사들을 세일즈 해야 합니다. 중국에서 심포지엄이나 세미나를 열어 주는 등 자리를 마련해 한국의 건축문화를 알려야 합니다. 중국에는 엄청나게 많은 디벨로퍼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은 현재 좋은 건축사들을 찾고 있습니다. 본인 같은 경우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만, 사무실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불러도 안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무실 규모를 키우고 싶지 않거든요.
지금 중국에는 일이 널려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이 가서 일을 수주할 수 없습니다. 중국인들 성격상 절대로 일을 주지 않습니다. 실제로 다른 나라 같은 경우, 대사관 측에서 자국의 건축사를 홍보하고 있습니다. 대사관을 통해 추천받으면 신뢰가 생겨 일을 맡깁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런 일 전혀 안합니다. 아울러 건축을 잘 아는 협회가 나서서 해야 합니다. 한국 건축사들을 중국에 데리고 가서 선전하고 홍보를 해야 합니다.

Q. 끝으로 전국 9,000여명의 건축사들에게 한 말씀 전해주십시오.
A. ‘건축’이라는 것은 평면을 보는 일입니다. 평면은 신(神)밖에 볼 수 없는 도면입니다. 시점을 무한히 올려야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한 도면을 다루는 건축사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시켜야 합니다. 자신을 경계 밖으로 내몰아야 하는데, 어느 집단이나 단체를 기대려고 하면 안 됩니다. 홀로 떨어져서 독립해야 바로 설 수 있습니다. 건축을 설계하는 자는 한상 자기 자신을 경계 밖으로 추방한 후 고독하게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건축을 아니 하니만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