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국남 건축사 “건축은 인간 생활의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입니다”
설계 기록물 3천여 점 춘천문화원에 기증 기증 작품 중 60여 점 전시 열려 “건축사 권위 잃지 않고 자부심 갖길” 당부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적 면면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은 인간 생활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강원 특별자치도 춘천시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이국남 건축사는 조금 더 나아간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는 건축이 인간 생활의 아름다움을 담는 그릇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건축 설계는 예술성에 바탕을 둬야 한다고 믿는 이국남 건축사. 오랫동안 견지해 온 그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춘천문화원이 지난 11월 17일까지 ‘공간을 빚다:춘천 1세대 건축사 이국남 건축 아카이브’라는 타이틀로 전시를 진행했는데, 그 주인공인 이국남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춘천문화원으로부터 춘천 관광 홍보 해설사를 대상으로 하는 강의 요청을 받았습니다. ‘춘천의 시대별 건축물의 역사적 양태와 변화에 대한 주제’였습니다. 그 강연을 계기로 춘천학연구소의 자문 위원으로 위촉됐습니다. 자문 위원 활동을 하면서 지난 자료를 수집하고 아카이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알았습니다. 동시에 저희 사무소가 소장 중인 설계 자료도 춘천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무실을 수차례 이전하면서도 보관하고 있던 설계 기록물이 기증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뿌듯한 마음입니다.”
이국남 건축사는 소장 중인 설계 기록물 3천여 점을 춘천문화원에 기증했다. 춘천문화원은 춘천과 관련한 기록물을 수집해 매년 전시회를 열고 있다. 춘천의 도시건축을 돌아보는 이번 전시는 기증 작품 중 60점을 갈무리해 기획됐다. 전시는 춘천시민들의 일상에 함께하며 건축 공간과 이국남 건축사의 건축관을 담은 두 파트로 구성됐다. 특히 기하학적 평면 구성으로 담아낸 다양한 설계 아이디어가 그의 건축 철학을 인상적으로 보여준다.
“건축의 예술적 가치를 포기하고 사무소를 운영했다면 오랫동안 건축사로 일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축 설계의 매력을 동력 삼아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춘천 1세대 건축사’와 같은 명명이 부담스럽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초기 건축사의 자부심을 담은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건축보다 건축사의 의미가 더 크다고 봅니다. 건축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건축사 업무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만큼 건축 설계는 심오한 세계를 담고 있어야 하고, 또 건축사만의 견해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다수의 작품을 설계하며 건축 세계의 외연을 넓혀온 이국남 건축사는 인상적인 작품 몇 개를 꼽았다. 강원 특별자치도청 제2별관(공영빌딩), 강원대학교 중앙박물관, 황영조 기념관, 이승복 기념관 등이다. 이 작품들은 외부적으로나 기능상의 평면 구성에 있어 시메트리(symmetry, 대칭성)한 플랜에 의거한 건축물이다.
“수도권 대도시에 비하면 지역은 규모의 제약이 있습니다만, 저는 이 작품들을 통해 기술적 숙련과 건축사의 아집 등을 사회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고 싶은 욕심이 있을 것입니다. 물론 작품 활동은 고사하고 설계 업무 중에 겪어야 하는 일들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건축사의 권위를 잃지 않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덧붙여 건축사협회도 건축사의 목소리를 하나로 묶고 건축사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조직이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