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건축저작권 침해한 카페 건물에 철거 명령…건축저작권 경종 울려

건축계 표절에 대한 이정표 판결…손해배상에 이어 철거까지 ‘철퇴’

2023-09-25     박관희 기자
두 카페 건물 외관에서 유사성을 찾아볼 수 있다. (자료=서울서부지법)

울산시에 위치한 A 카페에 대해 법원 판결에 따른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졌다. 부산 웨이브온 카페와 건축물 외관 디자인, 내부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등에서 유사성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우리나라에서 건축 저작권 관련 소송을 통해 ‘건축물 철거 명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주)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건축사가 B 건축사사무소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2019가합41266) 판결했다.

곽 건축사는 2019년 해당 건축사사무소에서 만든 울산 북구의 A 카페가 기장 웨이브온(설계자 곽희수 건축사, 주.이뎀건축사사무소)의 건축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9월 19일 A 카페를 철거하라면서 A 카페를 만든 B 건축사사무소에게는 5,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016년 부산 기장군 바닷가 앞에 들어선 기장 웨이브온은 지난 2018년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을 수상하는 등 독특한 디자인 속에서 주변 환경과 조화를 이뤄 지역명소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2019년 울산 북구에 비슷한 구조를 가진 B 카페가 들어서며 표절 논란이 일어났다.

재판부는 4년여 이어진 소송에서 곽 건축사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감정 결과 등을 토대로 판단했을 때 웨이브온이 창작성을 확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웨이브온과 A 카페에 적용된 아이디어 등에서도 유사성이 인정되는 만큼 B카페를 전면 철거할 것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하부와 상부 매스가 일정각으로 틀어져 있고, 벽면이 연속되지 않는점에서 공통된다”고 밝혔고, 이어 3층에서 바닥 방향 조망창이 형성된 박스형 돌출공간 ▲2층 공간이 경사벽을 따라 3층 돌출공간까지 연속되는 형태의 조형 ▲경사벽 및 돌출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벽 ▲기울어진 ㄷ자형 발코니벽 ▲상부 매스 전면 중앙 통창 등도 모두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설계도면에서도 전체적인 구성, 조형, 배치 등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이에 따라 원고가 보유한 건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피고는 원고에게 복제권 및 성명표시권 침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관련해 C 건축사는 “손해배상에 그치지 않고, 건축물 철거에 이르는 판결이 나왔기 때문에 건축물 모방에 있어 경각심을 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며, “유명 건축물과 똑같이 해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에 건축사가 강력하게 거절하지 못해 일어난 일은 아닌지 되새겨 볼일이다”고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