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연 건축사 “기획업무·계획설계 무상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가이드라인 정해져야”

2023-09-18     조아라 기자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긴 노력의 시간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정연 건축사(사진=이정연 건축사)

우리가 건축을 만들지만 다시 그 건축이 우리를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인데요. 건축이 우리 삶을 표현하는 그릇이자 안전한 생활을 위해 필요하다는 의미로 글이 다가오더라고요. 왜냐하면 건축이 시선을 끄는 주연배우는 아니지만 조연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리 삶에 꼭 필요하지만 스스로를 드러내고 부각하지 않는다는 점에서요.” 

이정연 건축사(충청남도건축사회)는 자신의 건축관을 이렇게 표현했다. 삶에 꼭 필요하지만 우리 삶의 배경 같은 건축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정연 건축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뒤 고향인 충청남도 금산군에 터를 잡았습니다. 타 지역에서 건축사사무소를 개소할 수도 있었지만 고향에서 지역민을 위한 건축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지역 발전과 지역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연결고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종합건축사사무소 리우는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사무소 명칭인 리우는 오얏 리()와 집 우()를 합쳐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모이는 최소의 공간이자, 더불어 사는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공간인 집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의무가입을 기점으로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의무가입으로 대한건축사협회는 전국의 모든 건축사를 대변하게 되었습니다. 협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라고 생각합니다만, 협회 차원에서 현재의 낮은 설계대가와 무상으로 진행되는 기획업무·계획설계를 개선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길 바랍니다. 민간대가 기준을 마련해 건축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설계비를 현실화 해 건축사의 권익을 보호하고 협력을 도모해줄 것을 기대합니다

금산교육지원청 교직원 관사(사진=이정연 건축사)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신고 건에 대한 감리 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건축법에 의하면 설계를 마친 건축사는 신고와 허가 이후에 업무가 종료됩니다. 그러나 관행처럼 설계를 한 건축사가 착공신고와 사용 승인 업무까지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고대상 건축물은 건축 감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주나 시공사가 협의 없이 진행해 사용 승인 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허가와 동일하게 건축신고 건 역시 감리제도를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면 현재 저는 공공건축과 설계공모, 민간 발주 사업 등 다양한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관공서 건물을 설계할 때는 주 사용자와의 협의 후 진행합니다만 자문 위원단에서 예산과 상관없이 의견을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사 내역도 건축사와 인테리어 담당자의 역할이 다름에도, 건축사법에 의해 모든 책임을 건축사가 져야 하는 만큼 건축사의 업무 영역이나 관계기술 협업에 있어 세분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주변을 보면 1인 건축사사무소가 많습니다. 저도 1인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요. 1인 건축사사무소는 늘어나는데 반해 건축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은 확대되고 있습니다. 건축사에게 부여되는 책임은 커지지만 각각의 분야가 있어 모든 일을 1인 건축사 혼자서 처리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의무가입이 된 만큼 대한건축사협회가 건축사 간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함께 공존하는 문화를 형성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