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의무가입한 건축사는 무엇을 얻는가…

2023-09-11     함윤선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 이루다 <경기도건축사회>
함윤선 건축사(사진=함윤선 건축사)

지역건축사회에 가입한 후 몇 해가 지나고서 회장님의 권유로 지역건축사회 법제위원이 되었다. 개인적으로 재·개정되는 법안에 대한 정보가 취약하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관련 법에 대한 빠른 적응과 판단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제위원회에서 한 일은 생각한 것과는 조금 차이는 있었다. 법제위원으로의 첫 번째 업무는 건축사협회 의무가입에 따른 지역건축사회 회칙개정이었다.
필자는 협회 가입 시 회칙도 보지 않고 무작정 가입했던 기억이 나 이번 기회에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다.

대한건축사협회(본협회)와 시도건축사회가 정관 및 회칙을 통해 규정하는 것이 건축문화 발전과 국제 경쟁력 강화, 회원의 권익증진과 친목 등이 목적이라면 지역건축사회는 각 지역단위의 건축문화 발전과 회원의 복지 향상에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내용을 확인하다 보니 회원들을 위한 협회인데도 불구하고 의무가입 시 회원에게 부담되는 내용들(정관 및 회칙 준수할 의무, 회비 미납으로 인한 자격상실, 부조리를 통한 제재 등)외에 협회 소속으로 얻는 이점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회원의 권리에 대한 항목이 있지만 이제 막 개소하여 가입한 건축사들에게 협회에서 하는 사업에 참여할 기회가 오기는 하는 것인가? 저작권을 보호받을 계약 건이 있어야 보호를 받지 않나? 물론 정관 등에서 언급되지 않는 회원 전용 서비스가 여러 가지 있지만 제공되는 서비스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개인적으로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로 인해 실질적으로 정관과 회칙에서 건축사들을 위한 것이 무엇이며, 어디까지 고민하고 의무가입을 추진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두 번째 업무는 필자의 지역건축사회에서 적용할 설계의도 구현 업무대가 기준을 규정하는 일이었다. 설계의도 구현 업무계약 대상건축물에 한해서 업무계획서 등을 검토하고 업무대가 산출근거 및 계약서 등의 기준을 만들었다. 가장 결정하기 어려웠던 것은 업무대가 산출근거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이냐였다. 감리비 산출기준이 법적으로 확실하다 보니 이것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안정적이나 설계의도 구현이라는 업무 내용 대부분이 건축사 설계업무의 연장선상에 있어 설계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옳지 않나 하는 갈등이 있었다.

공공건축의 경우 이미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업무 대가기준이 있어 설계비를 기준으로 설계의도 구현 대가기준도 정할 수 있다. 하지만 민간발주사업에 대한 업무 대가기준이 없는 현시점에서는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을 만나면서 건축사의 다양한 업무에 대한 공통된 대가기준부터 마련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가지 업무를 추진하며 의무가입 제도로 인해 반강제적으로 입회을 해야 하는 건축사들의 생업과 직결된 제도들이 안정적으로 갖춰줘야 건축사들의 권리와 의무가 충돌 없이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앞으로 건축사를 위한 제도개선으로 1만 7,000명이 넘는 건축사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안정된 협회가 되기를 바라며, 그 협회의 소속 건축사로서 건강한 경쟁을 통한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