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건축물 발주, ‘가격입찰‘에서 ’디자인공모‘로

신진건축사에게 참여 기회 확대…25개 자치구 전면 시행

2013-04-16     손석원 기자
▲ 앞으로 서울시가 발주하는 공공건축물은 ‘디자인 공모’를 통해 선정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해 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한 ‘서울시 추모공원 화장시설’

공모 제출서류 간소화
심사과정 인터넷 생중계

서울시의 공공건축물 발주방식이 ‘가격입찰’에서 ‘디자인공모’로 바뀌고, 시공 과정에 설계자의 참여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젊은 건축사들의 공공건축물 현상설계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지난 4월 8일 이 같은 내용으로 한 ‘공공건축물 발주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서울시를 비롯한 25개 자치구에서도 전면 시행한다고 밝혔다. 시는 시민의견수렴, 설계자 시공 참여 등 일련의 과정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공공건축물의 수준향상을 도모할 수 없다고 판단, 발주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게 됐다고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먼저 시는 공공건축물 발주의 약 80%를 차지하는 저가가격입찰을 디자인공모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시는 공간배치, 심미성 등 편리함과 독창성을 겸비한 디자인을 심사해 건축 작품을 선정할 계획이다. 현재의 입찰 방식에도 디자인 항목이 포함되어 있지만 초점이 가격에 쏠리다 보니 저가가격입찰제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참고로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설계시공일괄입찰인 턴키방식을 전면 중단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신진건축사들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공모 제출 서류를 간소화했다.  이에 따라 공모 시 기본도면과 설계설명서, 스티로폼을 사용한 매스모형 정도만 제출해도 된다. 그간 시는 심사용으로 투시도나 조감도 등 고가의 결과물을 요구, 소형 건축사무소에겐 부담이 돼 사실상 대형 건축사사무소 위주로 참여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설계심사과정도 투명해진다. 시는 설계 공모 시 심사위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고, 심사 전 과정도 인터넷으로 생중계 해 심사의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설계자에게 자신이 제출한 작품에 대한 컨셉, 계획내용 등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시공 과정에서 설계자 참여 가능해져
시공 과정에 설계자의 참여가 가능한 ‘사후 설계 관리제’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계획에 대한 변경, 특히 디자인에 대한 설계변경이 있을 경우 사전에 설계자의 자문을 받도록 하고, 설계자가 시공 과정에 참여해 설계의도에 맞도록 시공재료와 색상 등에 대해서도 조언하도록 했다.
이밖에 기획단계부터 이용주민, 전문가, 공무원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된다. 그동안 기획단계에서 주민 의견 반영이나 전문가의 참여가 부족해 시설 규모 및 용도 변경 등 잦은 설계변경 요인으로 작용해 왔던 사항을, 기획 단계부터 부지선정, 시설규모 및 예산의 적정성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함으로서 주민 맞춤형 공공건축물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이번 발주제도 개선과 함께 올 하반기 중 건축전문 사이트를 구축해 시의 연간 발주량, 발주시기, 예정금액 등에 대해 사이트에 게재해 설계자들이 사전에 정보를 공유하고 발주시기에 맞춰 컨셉 안을 미리 마련토록 하는 등 준비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이트는 설계공모의 심사자 및 당선작, 우수작 등을 게시하고 작품들에 대한 시민들의 품평의견도 게재토록 할 계획이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승효상 건축사(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로재)는 “이번 발주제도 개선방안은 그간 공공주도로 개선안이 마련되던 일방향적 개선방안이 아닌, 수십 번에 걸쳐 민간전문가와 시민, 공무원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든 개선안”이라며 “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 운영이 되면 서울의 모습이 획기적으로 전환돼 세계적인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기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그동안의 디자인공모가 대형 위주의 공공건축물에 한정돼 있었고 그 이후의 과정들이 촘촘히 연결되지 못해 결과적인 측면에서 시작 의도를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왔다.”며,  “공공건축물이 다수의 시민이 공감하고 도시의 경쟁력을 반영하는 디자인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