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창조경제’와 역행하는 기획재정부
‘기준’따로 ‘운영’따로…건축계 혼란만 야기
2014년 예산안편성 세부지침 중 건축설계의 ‘기획업무’ 또 빠질 듯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의 예산안편성에 건축설계의 ‘기획업무’가 누락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각 중앙부처에 통보하는 ‘2014년도 예산안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설계비’항목 중 계획설계, 중간설계로 나눈 ‘기본조사설계’와 ‘실시설계’ 만 예산항목에 포함시켰다. 문제는 국토해양부(이하 국토부)가 고시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에 ‘기획업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재부는 이 점을 묵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기관이 발주하는 공공사업의 경우 기재부가 매년 4월말 각 중앙부처에 통보하는 예산편성지침에 따라 용역 대가가 결정된다.
그러나 주무부처가 정한 용역 대가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편성지침 상 대가기준 근거가 없다보니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실제로 발주처가 어느 사업에 대한 기획업무를 요구했을 시 관련 근거가 없는 관계로 자체적으로 비전문가가 기획업무를 맡고 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건축업계는 이러한 행태가 ‘건축물의 질’ 에도 영향을 준다고 말한다. ㄱ건축사는 “기획업무는 건축설계 시 건축물의 컨셉, 주변 환경과의 조화, 건축물의 배치 등 중요한 요소를 결정하는 단계로, 건축실무자들이 가장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하는 과정이다.”고 밝혔다. 즉 창작의 시발점이 기획업무를 통해 이뤄지므로 건축물의 질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얘기이다.
최근 이러한 기획업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기획업무 계약서’ 사용을 건축사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기획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건축계 내부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린 것이다. ㄴ건축사는 “의사가 몸이 아픈 환자에게 어디가 아픈지 진료하고 처방을 내리는 단계가 건축으로 따지면 기획업무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의사가 진료비를 받듯 건축사의 기획업무 대가도 정상화가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건축전문가들은 기획업무가 예산편성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박근혜 정부가 강조한 ‘창조경제’와 맞지 않고 있다는 의견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은 ‘창의적 사고 결과물인 지식재산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 국가적인 부를 창출하는 것’으로, 지식산업인 건축이 창조경제와 부합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분야 예산을 맡고 있는 기재부 국토교통예산과 담당자는 “실질적으로 예산이 증액되는 기획업무나 인증업무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3월 22일 건설회관 2층 중회의실에서 ‘공공기관의 공동주택 설계계약 제도개선 토론회’가 열렸다.
대한건축학회가 주관한 이번 토론회는 SH공사나 LH공사 등의 공공기관이 발주하고 있는 공동주택 설계계약에 대한 문제점을 알아보고 해결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내용들도 기재부 예산안편성의 연장선이었다. 국토부의 설계용역대가 산정기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등은 이를 무시한 채 설계 대가를 제각각 산출, 건축계에 혼란만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차적으로 정부의 기준을 따르지 않은 공공기관들의 문제점이 제시되었지만, 보다 강력한 관련 기준마련이 필요하단 것이 이 날 참석한 사람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