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건축설계에 대한 소견
지난 10여년 동안 설계사무소에서 컴퓨터의 사용은 필수적인 것이 되었다. 더군다나 이제는 ‘BIM’이라는 현란한 용어로 무장한 3차원 캐드 프로그램의 홍보가 한창이다. 얼마 전 한국건축가협회가 주관한 대한민국건축문화제의 기간 중에 BIM세미나와 전시회가 열렸었다.
건축 분야에서 캐드 프로그램이 디자인 툴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단순히 도면을 그리는 프로덕션 툴로 쓰이는 것에 대한 많은 지적들이 있어왔다. 물론 지금은 굉장히 많은 수의 프로그램들이 디자인 툴로 개발되었고, 사용되고 있다. 프랑크 게리가 ‘카티아’라는 비행기를 설계하는 프로그램으로 그의 복잡하고 어려운 프로젝트를 설계했고 자체로 건축화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외국의 많은 선진 주류의 사무소에서 3차원 모델링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디자인과 도면작업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의적인 디자인에 있어서 3차원 설계, 나아가서 프리폼 디자인의 중요성의 문제는 설계, 건설, 관리의 전 공정을 표준화하고 통합하여 관리하겠다고 하는 BIM의 문제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언젠가는 모든 건축과 건설, 관리의 내용이 BIM으로 필연적으로 통합되어야 한다 또는 그렇게 가야 할 것이다 라는 생각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보인다.
건설과정에서는 ‘건설CALS’라는 표준화 제도가 있다. 지금의 BIM의 건설단계의 내용과 유사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시작하여 2012년 까지 단계적으로 표준화를 하겠다는 정부 사업 계획이 있다. 관련해서 건설분야 도면정보 교환 표준 KOSDIC과 STEP(국제 표준화기구ISO가 산업분야별 정보교환 및 공유를 위해 개발한 객체 지향형 제품 모델 데이터 표준)등의 표준화 기준과 노력이 있다.
그러한 표준화는 그 단계와 정도에 따라 많은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한다. 또한 단계별, 개별적 보안이 필수적이다. 표준화의 노력만큼 디지털 정보 자체의 성격 때문에 발생하는 보안의 문제는 상상을 초월한다. 새움터(인터넷 건축행정시스템 e-AIS), CALS, KOSDIC, STEP 등등의 많은 국가적인, 혹은 민간의 노력은 표준화의 엄청난 비용과 보안의 심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담고 있다.
BIM의 주장자와 가능성을 보는 사람들은 캐드의 도입과정을 중요한 사례로 꼽고 있다. 그 당시 캐드를 도외시한 많은 사무소가 경쟁에 도태되고 결국 캐드는 설계의 유일한 방법으로 정착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캐드를 사용하면서 설계의 수준과 경제성은 달성됐는지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엄청난 종이 낭비와 그리고 사용되지도 않는 필요이상의 기능을 강요하는 새로운 버전의 소프트웨어 구매, 어설픈 세움터(인터넷 건축행정시스템 e-AIS)의 표준화는 아직도 많은 모순을 가지고 있는 듯 보인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가장 혁신적인 건축물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첨단의 컴퓨터 프로그램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필요로 한다. 바람에 의해서 조금씩 반응하는 건물, 생성 과정에서 파라메트릭 데이터를 통해서 프렉탈 기하학적 형태를 만들어 건축하는 건물, 한 번도 그려보지 못한 선의 복잡한 움직임을 가지고 있는 건물 등등. 건축사의 형태와 공간에 대한 욕구는 끊임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형태와 공간, 새로운 해석과 아이디어의 건축적 욕구와 BIM과 혼돈되어서는 안 된다.
분야의 통합, 설계건설과정의 통합과 표준화를 서두르는 BIM의 과정에는 상상력과 개별성, 보안의 내용을 희생해야 되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캐드를 기반으로 하는 단순한 표준화 과정이 많은 과비용의 지출과 불법 사무소를 양산한 것처럼 BIM의 표준화를 서두른다면 유사한 악순환을 겪게 될 것이다. 통합과 표준화는 기본적으로 건축적 다양성과 개성의 반대 축에 서있는 개념이다. 그러한 모순을 풀어내기 위한 발전적 조절은 시간을 두고 연구되고 개인별, 국가적 경쟁력과 사회적 비용이 동시에 논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