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손현배 건축사 “의무가입 계기로 건축사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길 기대”

2023-07-21     조아라 기자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인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긴 노력의 시간 끝에, 사무소 개소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가치를 공고히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AI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미래에는 건축사의 역할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화된 미래에는 건축사가 단순히 학습된 데이터만으로 결과를 도출해서도, 주어진 공간을 일상적이고 틀에 박힌 해법으로 제시해서도 안 되겠죠. 앞으로의 건축사는 종합적인 사고와 판단의 해석을 토대로 창의적인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사무소가 나아갈 방향성이기도 하고요.”

손현배 건축사(청 종합건축사사무소)는 건축사 업무에 대해 거시적인 생각을 말했다. 사무소 개소 1년차. 대내외적인 변화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응할지, 건축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손현배 건축사 · 청 종합건축사사무소(사진=손현배 건축사)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2020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한 뒤 202210월 사무소를 개소했습니다. 개소를 준비하던 시기에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듬해에도 전망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건축사자격시험을 준비하면서부터 사무소 개소 목표를 세웠던 만큼 대외경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개소를 진행했습니다. 현재는 설계공모, 제안공모 등에 꾸준히 도전하고 있습니다. 설계 공모에 떨어지더라도 그 과정에서 저희 사무소만의 경험과 스토리를 쌓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의무 가입이 올해를 기해 완성되는데 건축사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끊임없이 고민하고 탐구하는 건축사가 되려 합니다. 창의라는 개념은 고민과 탐구가 밑받침돼야지만 발휘될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건축사에게 설계를 위해 주어지는 공간은 매우 제한적입니다. 건축사는 그 공간 안에서 가장 적합한 쓰임을 찾고 구조, 기능, 미관, 환경적 기능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공간을 다각도로 보는 고민과 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셈이죠. 

건축물의 가치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달라집니다. 노후하거나 사용 목적이 바뀐 경우도 있고요. 기능을 상실한 채 방치되기도 합니다. 그런 건축물이 우리가 사는 도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노후 건축물에 새로운 쓰임을 부여하는 고민과 탐구까지 영역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건축물은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만큼 공공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공공의 안전과 밀접한 건축사의 업무와 건축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새롭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더불어 의무가입을 계기로 건축사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길 기대합니다.  

손현배 건축사는 2023년도 세종 꿈마루 공간 혁신 사업의 일환으로, 미래교육을 실현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초등학교 공간 구축을 진행했다. (사진=손현배 건축사)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건축사가 업무를 진행하면서 여러 문제와 직면하고 있습니다. 설계대가가 낮고 무상으로 기획과 계획 설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가가 매년 오르는 것에 반해 민간대가는 정해진 설계 가이드라인이 불분명한 상황이죠. 협회에서 민간대가 기준 마련을 고민하는 건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무가입이라는 전환점을 맞아 민간대가 기준이 빠르게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건축건설경기가 불황이라고 합니다.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전망이 계속됩니다만, 힘든 시기를 묵묵히 버티다 보면 금세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믿습니다. 묵묵히 버티는 와중에도 모든 건축사가 일치단결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들을 함께 완성해갔으면 합니다. 민간대가 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이 꼭 이뤄지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