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유리 건축사, “민간대가 기준 제정으로 출혈 가격경쟁 막을 수 있을 것”
I AM KIRA 신입 회원에게 듣는다 - 박유리 건축사(서울특별시건축사회) “협회가 창업 앞둔 건축사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과 커뮤니티 제공 등 구심점 돼야”
신진건축사들은 꿈이자 목표인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협회 가입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학부졸업, 실무수련, 수험생 생활, 그리고 창업까지 모두가 쉽지 않은 선택의 연속이고,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지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코너인 ‘신입회원에게 듣는다’는 그렇게 고난의 시간을 이겨내고, 창업에 성공한 건축사들을 만나는 시간으로 구성된다. 삶의 에피소드와 더불어 창업기 등 동료이자 선후배가 될 이들을 조명함으로써 활력 넘치는 업계, 소속감과 연대의 기쁨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
“건축물은 소유자가 정해져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것만은 아니죠. 거주자는 물론 이용자와 건축물을 마주하는 모두의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치게 되니까 말입니다. 누군가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을 이끌어 내는 계기가 되는 건축인 만큼, 건축사로서 항상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유리 건축사(두꺼비 종합건축사사무소)의 업계를 향한 출사표의 화두는 책임감이며, 의무가입이 되면서 보다 중요해진 공공성에 가치를 두는 모습이다. 올곧은 성품에 더해 밝고 유쾌한 시간이 되었던 인터뷰를 통해 박유리 건축사의 업계 입문기를 들어보았다.
Q. 건축사사무소 개소 소감과 에피소드가 궁금합니다. 소개를 부탁합니다.
2021년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이듬해 사무소를 개소했습니다. 회사 이름은 무엇으로 할지, 위치는 어디가 좋을지,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사무소 작명을 ‘두꺼비 종합건축사사무소’로 했는데요. 주위에서 “술을 좋아해서 그렇게 지은 것이냐”라고 말씀 주실 때가 있습니다. (웃음) 실제로는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라는 동요에서 착안해, 복을 가져다주면서 공간을 새롭게 창출하는 두꺼비처럼 일을 하자는 취지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개업 초기 지인들의 프로젝트를 도와주면서 자금을 모았고, 이후에는 용도변경, 공모전 등을 통해 두꺼비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경기도·울산광역시교육청의 공간기획가로 활동하면서 학교공간 설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규모와 영역의 다각화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두꺼비종합건축사사무소를 만들어보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Q. 건축사로서 어떤 꿈과 비전이 있는지, 또 의무가입이 올해를 기해 완성되는데 협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서울시에 있는 반지하 주거공간의 실태조사 업무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반지하 주거공간의 안전을 점검하며 건축사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 계기가 되었는데요. 그 자리에서 건축주의 요청을 잘 반영하면서도, 사회에 이롭고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작년에 협회에 가입을 하면서는 ‘제도권 안에서 보호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입 후 협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행사와 세미나 등에 실제 참여해보니 회원 간 교류, 교육, 사회적 책임에 대한 많은 고심과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사들의 가입이 본격화되는 상황인 만큼, 더 많은 회원들과의 교류의 장이 열릴 것이고, 경쟁이 아닌 멘토, 멘티가 되어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협회가 그런 역할의 구심점이 되어 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Q. 실제 업계에 몸담으면서 느낀 애로사항이나 건축사 업무 시 불편사항 등 제도적 개선점을 제시한다면?
매뉴얼 필요성이 컸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에요. 개업 직후에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면 고객들의 문의가 왔을 때 상황에 맞는 대처와 대가산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공건축의 경우, 공사비, 업무 난이도 등에 따라 대가기준이 마련되어 있지만, 민간 건축 프로젝트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대가를 설명하고, 제시하기가 어렵습니다.
개업 초기 프로젝트 문의가 있었는데, 상담을 이어가다보니 저기 사무소는 대가가 이 정도라며 경매를 붙이는 식으로 대가를 깎으려고 하는 건축주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민간대가 기준이 정립되면 이 같은 저가수주경쟁은 일소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협회에서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제도개선 사업으로 민간설계대가 기준 제정이 추진되고 있어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아울러 창업을 앞둔 건축사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커뮤니티 등도 활성화 된다면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과 선·후배 등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이 있을까요?
올해는 기존에 해왔던 교육시설, 사전기획에 더해 배우고, 탐구하는 자세로 그린리모델링, 한옥 설계 등에 도전하고자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홍보, 마케팅 등 다른 전공자들과 협업할 수 있을 만큼의 큰 회사로 거듭나도록 할 것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시민들이 알고 있는 시공사 이름처럼 일반인들이 인식하는 건축사사무소로 성장시키고자 합니다.
최근 공중파에서도 건축사가 아닌 ‘건축가’ 등 유사용어의 사용이 잦아진 느낌입니다. 불황 등의 여파로 어려운 업계에 전문자격사의 신뢰마저 추락시키는 건 아닌지 우려됩니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 건축사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회원 모두가 ‘공존’이라는 해법을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한편으로 신출내기로서 선배 건축사들에게 받았던 많은 애정과 격려를 후배들에게도 잘 전달하는 건축사가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끝으로 이렇게 회원 여러분들과 소통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