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강한 건축 생태계 조성해 상생의 선순환 이뤄야

2023-02-22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건축인이라면 대부분 건축계의 힘없음을 한탄하는 자리를 경험하게 된다. 각종 규제와 법과 심의와 책임은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데, 그에 대한 공정한 대우는 물가 대비 20년 전보다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중개수수료도 상한율을 정하고 공시된 요율대로 받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우리 건축사들은 하한가인 요율대로 설계비를 받지 못하는 것조차 당연시하는 이상한 건축환경에서 각자도생하며 한탄만 하고 있다. 낮은 대우는 질 낮은 설계를 양산할 수밖에 없고, 부동산업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렇고 그런 건축물로 창의적인 도시를 만드는 것은 먼산이 된다.

우리 스스로 정당한 대우를 받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보지 못하였으니, 다른 건축사를 이겨야만 일을 수주하는 제로섬게임의 법칙만 존재하는 듯하다. 설계공모에서 온갖 뒷거래와 로비를 하는 것이 당연하듯 얘기하며 그것 또한 능력이라 믿고, 사전접촉 금지에 서명을 하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심사위원과 접촉한다. 꿈을 안고 졸업한 신입건축인들은 이런 현실을 듣고 고민하다가 건축계를 떠나거나 혹은 더 탁월한 로비스트가 된다. 건축계는 아직도 무법의 춘추전국시대다. 세상의 변화 속도에 따라가지도 못하고 부정직함을 부끄럽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건강한 건축 생태계가 우리 모든 건축사들을 구원한다고 믿는다. 우리 모두가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는 패배감에서 벗어나 함께 건강한 건축 생태계를 만들기를 희망한다. 다음 세대는 실력 있고 성실하며, 정직하게 일한다면 정당한 대가를 받고, 건축사의 위상을 소리 높이지 않아도 창의적이고 건강한 도시문화를 창조하는 건축사로 존중받게 될 것이다.

그러한 건강한 건축 생태계를 위한 첫걸음은 모든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작은 불합리함이라도 게시판에 올리고 협회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구청이나 민간에서 일어나는 한 명의 건축사에게 일어나는 억울함은 어쩌면 당연시된 불합리함이고 묵은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협회에 대한 아쉬움과 비판보다는 직접 위원회에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함으로써 작은 목소리도 귀 기울이는 협회로 만들어 불합리함을 개선하고 역동적으로 대응하도록 시스템이 작동하는 협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스스로 건축사의 위상을 지켜내야 한다. 무엇보다 윤리적으로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직해야 할 것이다. 끊임없는 설계공모 로비 문제로 국토부와 지자체는 물론 건축사 스스로도 심사위원인 건축사들이나 대학 교수들을 못 믿게 된 것이 현실이다. 각자의 양심은 너무 나약하기에, 협회를 통한 감시와 제재 혹은 자격정지라는 강한 칼을 꺼내서라도 정직한 건축계를 만들고자 노력해야 한다.

부정직함이 일상인 건축사의 권위는 우리가 스스로 칼을 들지 않으면 결코 회복할 수 없다. 정직과 성실로 당당하게 경쟁하는 건강한 공모 문화가 만들어지길 희망한다. 또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실력 있는 건축사로 정당한 대가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협회는 회원들이 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끊임없이 혁신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회원들은 충분히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꾸준히 성장해야 할 것이다.

건강한 건축 생태계를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