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과 학생들의 자발적 운영 포럼 ‘생각지대’가 주관한 첫 공모전, ‘Be my Qlient’ 시상식 열려

클라이언트와 직접 소통을 통해 진행한 방식은 기존 공모전과의 차별성 보여

2023-02-22     남두진 기자
작품발표(사진=포럼 ‘생각지대’)

지난 2월 18일 포럼 ‘생각지대’에서 주관한 공모전 ‘Be my Qlient’ 시상식이 개최됐다. ‘Be my Qlient’는 여러 조건이 동일하게 주어지는 일반 공모전과 달리, 참가자들이 실존하는 클라이언트와의 직접 소통을 통해 해결 방안을 도출함으로써 프로세스에서의 소통의 중요성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는 차별성을 갖는다. 이번 공모전의 클라이언트는 은퇴한 원로 음악가로, 70대를 맞이한 본인의 생의 마지막 집인 ‘죽음의 집’이라는 주제를 설정했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이번 시상식은 약 7시간(11:00~18:00)에 걸쳐 총 3부로 진행됐다. 1부의 시작과 함께 축사를 맡은 한종률 건축사(㈜한종률도시건축건축사사무소)는 “심사위원들이 어떤 생각으로 평가를 하는지에 중점을 두고 고민한다면 앞으로의 설계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건축은 팀워크이기 때문에 본인 성향에 맞춰 역할을 분담하는 것과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 클라이언트도 “순수하고 열정에 빠진 젊은 건축학도들을 보며 자신의 젊은 시절이 떠올라 가슴 뜨거워지고 울컥했던 시간들이 많았다”라며, “70대 되어 준비하는 죽음의 집에 대해 젊은 학생들과 대화해 보고 싶었다”라고 축사를 더했다.

2부는 공모전에 참가한 총 165팀 중 본선 진출한 8팀의 작품 발표로 진행됐다. 작품 발표는 후보자, 심사위원, 참관자가 함께 시청할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을 담은 다큐멘터리 비디오와 작품에 대한 후보자의 구체적인 프레젠테이션으로 구성됐다. 3부 최종 발표는 현장 심사를 통해 이뤄졌다.

대상 수상은 후보자 진태우 학생(명지대학교)의 ‘70대 음악가 A씨의 몽타주’ 작품이 선정됐다. 진태우 학생은 ‘집이란 거주자를 잘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으로서, 생의 마지막을 함께 할 집은 걸어온 인생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나의 의미를 찾는 과정인 몽타주’라고 죽음의 집을 해석해 작품을 풀어냈다. 시상 발표 후에는 이번 공모전의 중심이었던 클라이언트의 소감을 끝으로 식이 마무리됐다.

한편, ‘생각지대’는 5개의 서울권 건축대학에 재학 중인 12명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포럼이다. 전국의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한 소통의 장이기에 건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서로의 의견을 공유하며 논의하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향한다. 특히, 타인과 의견을 공유함으로써 생각의 ‘사각지대’를 발견해 자신의 건축관을 더욱 굳건히 다질 수 있는 계기 마련을 목표한다. 현재 박민수 학생(연세대학교)이 단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이번 공모전을 기획한 포럼 ‘생각지대’의 박민수 단장 그리고 대상을 수상한 진태우 학생과의 일문일답이다.

박민수 단장(연세대학교)과의 일문일답

박민수 단장(사진=박민수 단장)

Q. 이번 공모전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는지요

포럼 ‘생각지대’의 기획들은 단원들이 각자의 학교설계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학기 중 커뮤니티센터를 설계하기 위해 ‘어떤 공간을 사람들이 좋아할까’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습니다. ‘실재하는 사람’과 소통할 기회가 있다면, ‘답변가로서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설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기획하게 됐습니다.

Q. 학생 신분으로서 준비에 어려움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요

이번 공모전은 포럼 ‘생각지대’의 공식적인 첫 기획이었기에 준비를 위해서 현직에 있는 선배들에게는 취지와 의지를 담은 활동 계획 자료 밖에 보여드릴 수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운영금을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을 주신 덕분에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Q. 특별히 아쉬웠던 점은

포럼 ‘생각지대’는 학생들로 이루어진 단체다보니 홍보하는 방법이나 예산을 운영하는 방법 등 관련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또한 홍보의 타겟이 학생으로 한정돼 있던 것도 아쉬웠는데, 다음 기획 때는 좀 더 다양한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투자해보고 싶습니다.

Q. 포럼 ‘생각지대’의 향후 계획

지금도 건축과 관련된 포럼은 다양하지만 학생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경험과 지식은 부족하더라도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관심사와 갈망을 잘 파악해 현직 선배들과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을 이루려고 합니다.

Q. 현직에 있는 건축사 선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혹은 기억되고 싶은 이미지가 있다면

우선 건축에 대한 탐구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의 장벽을 넘어 서로가 주체적으로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는 단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이번 공모전을 통해 소중한 격려와 조언을 들을 수 있었는데, ‘초심’ 보다는 ‘에너지’를 잃지 않겠다는 표현이 저희에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끊임없이 열린 생각으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다채로운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미래 건축계와 대학 사회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단체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진태우 학생(명지대학교)과의 일문일답

진태우 학생(사진=진태우 학생)

Q. 클라이언트와의 미팅에서 특별히 중점 둔 포인트가 있었는지요

먼저 학교에서 배운 언어와 클라이언트의 언어가 너무 달랐는데, 이는 전문과 비전문의 영역 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공간을 다루는 것은 제가 더 익숙하다는 믿음이 있었고, 거기서 전문성이 발휘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클라이언트의 말을 건축적으로 직역이 아닌 의역을 하기 위해 추상적인 답변에 구체적인 질문으로 이어가며 미팅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Q. 본인은 공모전의 주제인 ‘죽음의 집’을 어떻게 이해했는지요

마냥 무겁게 인식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전통사회에서 집은 일터이자 쉼터, 산부인과, 장례식장과 같이 다양한 용도로 사용됐습니다. 따라서 삶과 죽음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는 죽음도 삶의 일부라고 생각하며 클라이언트가 지내온 삶에 집중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가진 공간적 기억을 반영해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반추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기고 싶었습니다.

Q.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며 어려웠던 점은

설계보다는 발표하는 방식에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교수라는 전문가가 아닌 클라이언트라는 비전문가에게 어떻게 하면 친숙한 언어로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설계에 힌트가 된 클라이언트의 말과 이를 해석한 투시도 장면들을 병치시키는 식으로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다행히 심사위원들도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Q. 향후 계획은

건축사가 될 수도 있고, 이론가가 될 수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건축을 할 것 같습니다. 현재는 한국 건축의 담론적 생태계 구축과 관련해 디자인 소셜 클럽과 교내 동아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또, 아직은 학생이라는 신분이기에 충분히 엉뚱하고 어설프려고 합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