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 없이 신설되는 심의와 규제, 인허가제도 개선해 합리적 행정 이뤄져야

2023-02-08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본 일정표는 건축허가 일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음.”
정확한 건축허가의 소요시간 예측이 불가능하기에 프로젝트 일정표에는 상기 문구를 작은 보험 장치로 마련해 놓는다. 건축허가를 진행함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변수들이 빈번히 발생되어 허가의 소요시간이 예측 불가한 것이 현실이고, 건축허가의 장기화는 결국 민원인의 사업 손실로 연결된다.

발생하는 변수들 중에는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라 함)의 재량행위가 남용되는 경우가 있다. 건축허가는 건축행위에서 기본적인 행정절차로서, 허가 요건의 충족을 전제로 지자체가 허가를 내주는 기속행위이다. 그러나 허가권자의 법령 해석에는 건축법 제11조 4항에 따라, ‘건축허가를 하고자 하는 때에 한국건축규정의 준수 여부를 확인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으나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재량행위가 내포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빈번하게 허가신청자와 담당 공무원의 법령에 대한 해석이 상이한 경우가 생기고, 그럴 경우에는 유권해석권을 가진 국토교통부에 질의회신을 하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회신이 직접적인 답변보다는 현지 여건을 잘 알고 있는 허가 담당자에게 판단을 위임하고 있어, 제자리걸음인 경우가 부지기수다. 따라서 현재의 행정 시스템으로는 합리적인 판단과 조정이 불가능하다.

이외에도 지자체별로 제각각 다르게 법령을 해석하여 예측이 어렵다는 점과 허가권자의 전문성 결여로 인한 법령 해석에 대한 미숙함 등의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어, 현행 허가 행정절차의 개선의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요구되어 왔다.

협회는 작년에 이어 올해 허가제도 개선에서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건축안전센터 관련 규정은 2017년 건축법에 신설되어 허가권자의 건축허가 등에 대한 관리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2022년 건축법이 개정됨에 따라 오는 6월에는 건축허가 면적 또는 노후 건축물 비율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상위 30% 이내에 해당하는 인구 50만 명 미만의 시군구에 대해서도 지역건축안전센터 설치가 의무화된다.

지역건축안전센터는 지자체의 건축행정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을 전문적으로 검토하여 건축 허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지자체의 재량행위에 대한 제도적 장치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 인력의 능력 편차로 인하여 발생하는 결과의 차이와 또 다른 자의적 판단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본래의 목표 대신 옥상옥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에 협회가 전면에 나서 유권해석의 권한을 갖고 기준을 명확히 하여 중심을 잡아줌으로써 의견이 상충되었을 시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조율할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 합리적 행정이 이뤄져 건축 환경이 개선돼 더 좋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