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설계의 시작

2023-02-08     김지홍 건축사 · 아우름 건축사사무소
김지홍 건축사(사진=김지홍 건축사)

10년이 넘는 실무와 경험을 쌓고 드디어 사무소를 오픈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그 시간은 오픈하기 전 많은 고민과 준비를 하며, 사무소를 잘 운영할 수 있을지 아니면 내가 세운 몇 가지의 가설들이 맞는지를 증명하는 짧지만,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설계의 시작이 단순히 건축적인 계획을 잘 잡고, 필요 충분의 법 안에서 최적 조건의 건축물을 설계, 계획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은 다르게 접근해 보면, 결국 계획을 잘 하더라도, 본 설계를 진행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수주 즉 설계비의 단가 및 영업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서 사업의 방향이나 진행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그만큼 현실성(자금)에 대한 고민을 안 할 수 없다.

생각한 설계대가를 받기 위해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그에 걸맞은 환경과 사무실의 첫 느낌, 이미지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그중에도 설계를 시작할 때 처음 건네는 말, 그리고 상담 속에 오고 가는 말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뛰어난 화술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반응에 따라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는 말처럼 우리 건축사는 많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이야기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한편으로는 집을 짓고, 건물을 올린다는 것은 대단한 결정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누구나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그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마련인데, 지금 내린 결정으로 손해를 볼지 아니면 수익을 낼지 모르는 일이므로 우리 건축사는 이런 결정에 작게나마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대안과 방향을 건축주에게 제시해 줘야 한다.
 

상담을 하다 보면 시기 또는 기회에 대한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나오게 된다. “건축사님, 지금 사업을 하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이번 기회에 신축을 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간단하지만 한결같은 대답을 하게 된다. 사실 앞으로도 기회나 시기는 있을 수 있지만, 훗날 금전적인 부분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기술자의 수급 부족으로 인한 시간적 손실은 지금도, 다음 기회에도 분명 회자될 문제라고 말이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고, 그 시기가 기회가 되는 것은 결국 건축주의 선택에서 비롯된다. 근본적인 구조나 시스템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건축주도 결국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선택을 하게 된다. 설계를 시작할 때 결국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상대를 잘 파악하는 처세의 기술뿐만 아니라,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건축사의 능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일들이나 프로젝트가 머리로는 해결 안 되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하거나, 진행을 이끄는 경우도 있었기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설계의 시작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매번 상담을 하면서, 건축주의 원하는 니즈나 그 속에서 살아감에 있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상대의 말을 주의 깊게 들어야 상대를 잘 파악할 수 있고, 그것을 바탕으로 공감대를 형성해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심리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법을 통해 내 건축에 대한 소비자의 호의적 태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 이것이 설계의 가장 기본이자, 시작의 첫걸음임을 명심하게 된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경기가 좋지 않다고, 올해는 더 심할 것이란 부정적인 단어와 생각들을 자주 듣고 있다. 험난한 길일수록 함께 뛰는 것이 답이다. 협회를 중심으로 건축사의 미래 활로를 찾아가는 노력이 배가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