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일도 있다, 아니 흔하다

건축주의 무지한 욕심…늘어나는 불법 건축물

2013-01-01     이종호 건축사

얼마 전 지인의 소개로 주택 용도변경 한 건을 의뢰 받았다. 요즘 새로 짓는 건물이 없다보니 신축설계보다 이런 건물 용도변경 일이라도 하면서 근근이 사무실을 유지하고 있는데, 찬 밥 더운 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미 다른 사무소에 맡겨 일이 어느 정도 진행 되어 변경 전ㆍ후 도면까지 그려놓은 상태다. 처음엔 건축주에게 “하던 데서 하는 게 좋겠다” 는 뜻을 밝혔지만 건축주는 그 쪽이 마음에 안 들어 나한테 다시 의뢰 하는 것이라고 재차 요구를 했다. 지인의 부탁으로 마지못해 수락한 후 당초 설계자를 찾아내 양해를 구하고 건축주를 설득해 그동안의 설계비용은 보전해 주기로 한 다음 구두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대수롭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일은 산 넘어 산 이었다. 건축당시 다세대 주택으로 사용승인을 받은 건축주는 추후에 불법으로 세대수를 증가(방 쪼개기) 시켜 원룸 형태로 만들어 놓고 사용하다 적발되어 구청으로부터 연간 수백만 원의 이행 강제금을 징수당하고 있었다. 건축주는 그것이 억울하다며 행정심판까지 청구하여 패소한 상태였다. 그러자 구제할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현행법에 맞도록 도시형생활주택(원룸형)으로 용도변경을 하는 것이었다.

우선 현장 확인이 필요해 1차 조사 한 바, 조경면적이 줄어들고 옥상에 불법 증축된 부분이 있어 이것부터 원상복구 시키기로 했다. 발코니 확장부분도 정리하기로 했지만 내부 복도 폭이 규정 보다 약간 작게 시공되어 있어 헐어야할지 사무실에 와서 고민 하던 중 다른 미심쩍은 부분 때문에 2차 현장 조사를 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결정적인 문제점이 부각 되었는바 옥상 슬래브 한쪽 면이 불법으로 확장된 것이다. 준공 후 달아낸 것이라는데 이렇게 되면 도로 사선제한에 저촉돼 철거가 불가피하다. 건축주는 이런 모든 사실을 감추고 어디 한 번 찾아서 재량껏 처리 해보라는 식의 숨은 그림 찾기 끝에 시간만 낭비하고 결국은 일을 접어야 했다.

우리 주변엔 이와 같은 일들이 비일비재 할 것이다. 건축주의 무지한 욕심, 주변 공사업자나 인테리어 업자들의 부추김 등으로 인하여 불법 건축물들이 계속 늘어나는데 안 걸리면 그만이고 적발되어도 이행강제금 내는 것 보다 임대수익이 더 많기 때문에 감수하고 버티는 것이다. 그러나 원상복구를 하거나 합법적인 용도변경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재산권 행사가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건축사들에게 건축물 유지 관리 업무는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지난 11월 20일 ‘건축물 유지 관리 점검 세부 기준’이 국토해양부령 제 2012-800호로 제정 고시되어 내년부터는 불법 건축물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