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대한건축학회 서치호 회장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학회를 위해 노력"

2013-06-01     조충기 편집국장
▲ 서치호 대한건축학회 회장 ⓒ손석원 기자

대한민국 건축학술의 메카인 ‘대한건축학회’는 지난 1945년 창립되어 현재 2만 3천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두고 있는 최대 건축 관련 학술단체이다.
대한건축학회에서는 건축에 관한 학술 연구를 비롯해 정보서비스 제공 및 다양한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특히 해마다 한번 씩 개최하는 ‘정기학술발표대회’의 우수한 논문들은 건축계 발전, 나아가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본지는 지난 2012년 4월 회원 직선제를 통해 선출된 대한건축학회 서치호 회장(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을 만나 학회 현안과 발전방안, 건축계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게재한다.

최근 근황에 대해
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으나 본분은 교수인지라 주로 오전에는 학교에서 수업과 연구 활동을 하며, 오후시간에 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많은 행사와 바쁜 일정이지만 무리없이 잘 보내고 있다.

지난 2012년 4월 제35대 학회장으로 취임하신 후 이제 1년이 좀 지났다. 지난 1년간 학회장으로 지내신 것에 대해
지난 1년간 건축학회에서는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 여름 이곳 방배동 대한건축학회 건축센터를 준공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건축학회의 큰 도약에 대한 포부를 다짐하였다. 또 가을엔 한중일 건축학회가 함께하는 아시아건축교류국제심포지엄을 진행하였으며, 건축인 모두 모여 서로에게 힘을 주기 위한 건축의 날 행사를 가졌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맞이하여 우리 건축인의 바른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을 만나왔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어선 것 같다.

대한건축학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한다면
대한건축학회는 1945년 창립되어 현재 2만3천여 명에 달하는 회원을 두고 있는 국내 최고의 건축 관련 학술단체이다. 건축학회의 회원은 학교뿐만 아니라, 건축 관련 정부, 연구소, 건설사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전문인으로 구성되어 우리나라의 건설 산업을 이끌어 가고 있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단체이다.
건축학회는 건축에 관한 학술 연구를 비롯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대한건축사협회 등 여러 건축 관련 단체들과 함께 건축의 발전과 건설 산업의 진흥에 힘쓰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의 국제적인 활동은 어떠한지
현재 건축학회에서는 국제적인 학문교류를 위하여 미국,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외국의 관련 학회, 협회 등과 건축학술교류협정을 체결, 활발한 학술 및 정보교류를 이루고 있으며, 이를 통해 아시아건축교류국제심포지엄(ISAIA) 등의 국제적인 학술대회를 국내&#8228;외에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대회는 국내외의 건축전문가의 교류의 장으로 활용됨으로써 우리 건축인들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의 건축기술 관련단체와 양국의 건축기술교류증진에 관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학회의 국제활동을 더욱 활발히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의 올해 주된 역점사업은 무엇인지
본인이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목표한 것이 “회원중심의 역동적이고 생산적인 진정한 건축인의 학회”, “화합된 회원들의 힘으로 회원 모두가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함께하는 학회”였다.
이를 위해 작년에 건축의 날에 ‘건축인 건기한마당 행사’를 기획하여 건축인의 화합과 단결, 그리고 건축에 대한 대국민 홍보의 자리를 마련하였으며, 건축학회 내에서 소모임 활성화, 학생기자단 구성 등을 하였다. 올해는 작년의 사업들을 내실화하면서 추가적으로 건축산업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데 앞장서고자 한다. 건축인의 목소리를 듣고 모아서 건축의 올바른 방향을 정립하고 이를 정부와 관련 학회, 협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건축에서 학문적으로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분야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사회와 학계 모두에서 이슈가 되는 분야 중 정보화 사회에 맞추어 진행되고 있는 BIM 분야는 현재 설계분야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본격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시공, 재료, 관리 등의 모든 분야가 접목되고 융합되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저감 건설기술 역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분야로 기존의 건설기술을 보다 합리화하는 한편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기존 기술에 대체하거나 또는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발전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학계에서는 단일 전공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보다는 융복합 기술과 정보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고 있으며 건축학회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모든 전공이 함께 모여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현재 국내 건축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최근 건축을 비롯한 건설산업의 침체 또는 위기상황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외적으로는 국가 경제 사이클과 연동되어 발생한 저성장 기조와 국내의 경제발전단계가 양적 성장의 시기를 지난 것에 기인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건축계가 침체된 근간에는 건설산업의 내부적인 문제점으로 최저가낙찰제를 비롯한 가격위주 발주 방식, 규제중심의 법과 제도, 건설문화의 왜곡과 폐쇄성 등 우리 건설산업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취약성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가수주 위주의 가격경쟁력보다는 기술경쟁력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변화를 추진하고, 제도를 개선해야 하며, 불신에 의한 규제중심의 법과 제도를 신뢰를 바탕으로 비생산적 관행을 제거하고 건설산업의 역량과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공공시설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단기적인 시각에서 불규칙하게 이루어지는 인프라 건설이 아니라 시장의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사업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건설기술 교육 및 R&D 투자를 통하여 미래 기술경쟁력 확보에 대하여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건축계 곳곳에서 5년제 건축학과 운영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어떠신지
건축산업의 국제화에 따라 UIA 건축실무에 대한 전문성 기준을 확보하고자 국내 대학에서 건축학과의 5년제가 2002년부터 도입되었고 건축학교육인증 프로그램을 통해 건축학의 전공교과목을 보다 세밀화하여 설계실무능력을 갖춘 건축설계 전문가를 양성하도록 제도화하였다. 그리고 많은 학교에서는 건축학과 건축공학을 분리하는 교육과정을 채택하였다.
이에 따라 현재 건축(공)학과는 4년제, 5년제, 4+2년제 등으로 학교마다 상이하게 채택되고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전공분야에 대한 심화교육이 가능하며 이를 통한 전문가 양성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나 졸업후 진로 선택에 어려움, 기존 통합 교육과정에 비해 건축전반에 대한 지식, 교양 부족이라는 평가 등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건축교육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미래를 위한 건축교육 개혁안에 대한 세미나가 올 하반기에 개최될 예정으로 있다.


건축경기가 침체되어있는데 반하여 건축학과 졸업생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건축학과 졸업생이 건축분야의 소요인력보다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은 사실지만 앞서 얘기한 것처럼 건축에 대한 지식과 정보는 많은 분야에서 필요로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건축학과의 졸업생이 건축생산 분야에서 전공자로써 활동하였지만 이제는 그 활용범위를 넓혀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우리의 모든 생활이 건축이라는 하드웨어에서 이루어지는 만큼 그 하드웨어를 관리하거나 활용하는 데에도 건축지식을 갖춘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건축학과의 교육도 이러한 것들을 보다 폭넓게 가르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건축학회에서도 이러한 사안에 대하여 건축 업역의 확대와 건축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조만간 제시하고자 한다.


건축사협회가 건축과 학생들에게 제공해주었으면 하는 교육이나 행사 등이 있다면?
현재 건축학회에서는 교육원을 두어 건축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건축리더십아카데미, 어린이건축 창의교실, 건설 경영실무 등을 진행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앞으로 건축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을 높여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으면 한다.
예를 들면, 정기적인 건축역사탐방, 현대건축이야기 등의 프로그램은 어떨까 한다. 서울만 예를 들면 구석기시대부터 백제, 고구려 시대의 유적이 있으며 조선시대의 수도로 많은 유산이 있다. 오랜 역사는 이에 따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건축과 학생들이 이러한 우리의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보다 건축을 흥미롭게 볼 것이며 우리 건축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임 학회장도 건축단체 통합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건축 단체의 통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건축단체의 통합이 늘 추진되어왔던 것을 사실이지만, 각 단체는 나름의 목적이 있고 이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추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모두 만족시키는 통합방안은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건축의 나아갈 바에 대하여 올바른 변화의 방향을 이끌어 주기 위해서는 우리 건축인의 의견을 모으고 직접 담아낼 수 있는 틀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하여 건축단체가 함께하는 한국건축단체연합(FIKA)이 활성화 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통합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한다.


대한건축사협회가 수행하여야 하는 사회적인 기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문화의 발전, 건축기술의 향상, 미래건축에 연구를 통해 국민의 쾌적한 생활공간과 환경의 개선을 목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목표가 바로 건축사협회의 사회적 기능이라 생각한다. 사용자에게 쾌적한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좋은 건축을 제공하는 바른 건축의 구현이 건축사협회의 큰 역할일 것이다.


대한건축학회와 대한건축사협회가 같이 진행해야하고 또 진행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해
건축단체의 통합에 관한 이야기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각 단체는 나름의 목적과 추구하는 바가 있고 이에 따라 역할이 있을 것이다.
건축학회는 학술분야에 있어 건축의 나아갈 바를 제시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술연구 및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사업이 진행되며, 대한건축사협회는 바른 건축의 설계를 통하여 국민에게 쾌적하고 안전한 삶의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의 건축문화를 발전 계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목적들이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우리나라의 건축 및 건설산업의 발전을 위하는 길이므로 함께 힘을 모은다면 보다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한국건축단체연합에서 함께 이러한 사업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학회 회원들에게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열심히 일한 회장보다는 회원과 함께한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본인이 취임하면서 목표한 학회는 큰 성과를 내는 규모의 학회가 아닌 회원, 그리고 건축인이 중심이 되며 활동할 수 있는, 이러한 역량 있는 회원들이 소통하고 화합할 수 있는 장으로서 학회가 되기를 희망하였다.
이를 위해 가능하면 많은 회원을 만나고 있으며, 소모임을 만들고 활성화하도록 지원하고 함께 하고 있다. 학회의 대표로서 먼 거리에 있는 회장이 아닌 많은 회원들에게 이런 만남, 저런 만남속에서 개인적인 추억이 있는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건축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한권이 있다면?
알랭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라는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다. 우리는 늘 건축인의 입장에서 건축을 바라본다. 그 안에는 많은 철학과 이론과 미학이 존재한다. 이 책은 우리의 이런 시선과 일반인의 시선과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건축이 행복을 담아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건축의 철학과 심리학을 통해서 우리가 어떤 건축을 이루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우리가 이야기하는 건축의 미학적 규범이 공학에서 지향하는 합리성과 또 사용자가 느끼는 실용성 사이에 생기는 차이를 이야기하며 극복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끝으로 건축인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최근의 건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우리 건축인을 위축시키고 특히 건설산업의 부진이 우리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하지만 ‘행복의 건축’에서 건축은 꿈을 담는 공간이라고 한 것처럼 이러한 건축을 수행하는 우리는 그만한 자부심을 가져도 될 것이다.
우리 건축인은 각자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서로의 힘과 지혜를 모아 사회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바른 건축을 만들어가며 창조 건축이 창조 경제의 근원임을 널리 알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