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지식서비스산업의 예견된 재앙
(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 부도… 건축몰락의 신호탄인가?
‘(주)공간 종합건축사사무소(이하 공간건축)’가 부도를 맞아 건축계가 충격에 빠졌다.
공간건축은 지난해 12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데 이어 1월 2일 최종 부도됐다. 공간건축의 차입금 규모는 1·2금융권을 모함해 모두 550억 원 정도인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부도 원인은 해외 설계용역 후 발생된 미수금이 누적되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법원은 1월 중순경 기업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그간 공간건축을 포함한 대규모사무소가 어렵다는 소식은 건축계 내부에서 나왔던 터라, 이번 부도 소식에 “올 것이 왔다”란 반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건축사사무소 중 매출규모 10위 이내를 유지하던 공간건축의 부도는 충격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공간건축이 건축계에 주고 있었던 상징성 때문이다. 공간소식을 접한 서울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어느 건축사는 “ 건축을 공부하고 업으로 사는 사람들에게 ‘공간’이라는 단어가 주는 상징성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건축인 입장에서 공간건축의 몰락은 건축계의 암담한 현실을 반증해주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형건축사사무소가 급격히 늘어난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노무현 정부가 주도한 국가 균형발전정책 등으로 정부의 공공사업 발주가 이어졌고, 주택시장의 활황으로 아파트와 상업건물 건설도 증가했다. 건축사사무소들은 대형사업을 따내기 위해 앞다퉈 몸집을 키웠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공공건물 발주가급격히 줄어들고, 아파트 시장도 냉각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건축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진출과 시장개방 대비를 위해, 대형 건축사사무소를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왔지만, 업계 6위인 공간건축의 부도사태를 바라보며, 앞으로 무엇으로 경쟁해야 하는 것인지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해외시장 진출'이 반드시 성공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예견된 재앙, 건축사사무소의 몰락
건축사사무소의 몰락은 예견된 재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다. 대한건축사협회 오동욱 법제위원
장은 “설계대가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오르지 않고 그대로이다.”라면서 “어떻게 버틸 수 있었겠느냐?” 며 현실의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건축사 1인당 한해 설계수주가 평균 2.5건 정도로, 1만여 곳 중 1년에 1건의 수주도 못 받는 경우가 70~80%가 된다. 또, 서울지역에 개업하는 건축사의 68%가 소규모 건축물 기준으로 1건도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시장은 좁아지고 있는데,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축계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는 △수십 년간 변함없는 저가설계비 △좁은 설계시
장·늘고 있는 설계인력 △발주제도 문제로 제살깎아먹기 식의 저가 입찰경쟁 △불평등한 BTL/
BTO, PQ 등의 발주방식 △건설 위주의 법제도 △건축에 대한 올바른 인식 부재 △건축사사무소 상위 30%가 설계시장의 90% 차지하는 등의 수급의 불균형 등이다. 또한, 대형 업체들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설계시공 일괄입찰방식의 턴키의 도입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활성화 등은 건축사사무소가 건설 경기와 금융 자본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로 되었으며, 이런 구조의 취약성이 위기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건축사들은 생계의 위협까지 받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직원들의 급여를 못주는 문제를 떠나, 이젠 건축사 자신도 건축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형건축사사무소의 부도소식까지 더해져 건축사사무소 뿐만 아니라 건축사의 협력업체인 전기설비분야, 기계설비분야, 구조계산분야 토목, 조경 분야 등도 연쇄도산에 대한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의 보호를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