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누각(砂上樓閣)
지난 5월 14일 발표된 건축․도시 여건 및 정책수요의 변화와 140대 국정과제 등 현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방향을 설정한 제2차 건축정책기본계획은 '국민행복', '경제부흥',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기조에 부합하는 기본원칙 위에 '안전하고 행복한 삶터 구현, 창조적 건축문화 창달'이라는 비전 실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3개 목표, 9개 추진전략, 24개 실천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튼튼한 기초 위에서 실질적인 목표달성이 가능할 텐데 근본적인 불안요소가 너무 많다. 이러한 불안요소 해소를 위해선 '건축(建築)'과 '건설(建設)'에 대한 정의와 인식의 정립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내에선 일반적으로 영어 'Architecture'을 '건축'으로, 'Construction'을 '건설'로 정의하고 있다. 이들 두 용어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며 '건축'이 이루어지는 과정의 일부로 '건설'이 정의되기도 하지만 시장에서는 '건축'과 '건설'이 구분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에 대한 단초는 관계 법령들이 제공하고 있다. 기존 법령에서 '건축'과 '건설'이라는 용어가 명확한 구분 없이 혼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건물을 건축한 자'를 '시공자'로 정의하고 있고 시행령에서는 '건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시공하여 완성한 자', '건물의 시공을 일괄 도급받은 자'로 시공자의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건축'의 정의가 왜곡된 전형적인 모습이고 불명료한 형태로 존재함을 의미한다. '건축서비스업'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정의 또한 마찬가지다. 국내 산업체계 분류(한국표준산업분류)에서는 '건축서비스업'을 '건설업'과는 별개로 '전문서비스업'으로 산업분류하고 있고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에서는 '건축서비스'를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요구되는 연구, 조사, 자문, 지도, 기획, 계획, 분석, 개발, 설계, 감리, 안전성 검토, 건설관리, 유지관리, 감정 등의 행위'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에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건설산업'을 '건설업'과 '건설용역업'으로 분류하면서 '건설공사에 관한 조사, 설계, 감리, 사업관리, 유지관리 등 건설공사와 관련된 용역을 하는 업'으로 정의, '건설' 자체가 '건축서비스'의 상위 개념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 시대의 문화는 제도와 의식의 집합체다. '건축'을 다루는 관계 법령과 이에 대한 의식의 오류가 수정되지 않는다면 '건축정책기본계획'은 사상누각(砂上樓閣)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