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서비스산업 활성화 최우선 과제 ‘건축 설계비 현실화’
의무가입으로 자율적 실행력 확보…‘대가기준 체계’ 근본부터 바꿔야, 설계비 현실화 절실 1인 건축사사무소 급격한 증가, 저가 덤핑 수주, 사무소 경영 악화, 건축사보 인력난 등 민간대가 폐지로 인한 부작용 심화 건축 설계비 현실화로 “고부가가치 산업기반 다져나가야”
건축사법 연혁을 살펴보면, 법 개정을 했는데 현장 기준으론 되레 ‘부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 현재 건축사업계 1인 건축사사무소 증가, 박한 설계대가, 건축사사무소 경영악화, 건축사보 인력난 문제는 서로 복합적인 연관관계를 갖는다.
시간을 거슬러 2000년 4월 ‘건축사 관련 각종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여 자유로운 경쟁여건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건축사법이 개정됐다. 이때 ▲건축사사무소등록제의 신고제 전환 ▲5년마다 사무소 등록 갱신 폐지 ▲의무가입에서 임의가입으로 제도가 바뀐다. 결과적으로 회원가입이 돼 있지 않을 경우 정확한 사무소 소재지 파악조차 어렵게 되는 등 협회 관리기능이 약화되고, 동시에 국내 건축사들의 책임주체가 불명확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건축사사무소등록제가 신고제로 전환된 탓에 이때가 1인 건축사사무소가 급증하는 시기다.
2008년까지 유지된 대가기준은 민간부문에도 동일하게 운용되는 기준이었는데, 이듬해 3월 법이 개정돼 ‘설계비 담합 등으로 인해 민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유로 공공부문에만 적용되는 대가기준으로 바뀌게 된다. 다만, 공공발주 사업의 경우 공공기관이 사업비 예산을 확보하는 객관적 기준으로 활용해야 하므로 공공부문 대가기준으로 유지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현재 전체 시장 80%를 차지하는 민간부문 건축 설계비가 공공 대비 20%에 그치는 배경에는 당시 법개정이 결정적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건축 설계비가 물가상승률과는 반대로 역주행해 절대 금액 자체가 낮아진 건 가이드라인이 없어진 후폭풍이라는 지적이다.
2012년 5월 ‘국내 건축사 자격제도를 국제 기준에 맞게 개편’하기 위해 건축사법이 전면개정에 가깝게 개편된다. 법개정에 따라 2020년 건축사예비시험이 폐지되며, 건축사보의 업계 이탈 및 이직현상 증가, 비인증 학위과정으로 진학 부진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용역업체 역시 이때를 계기로 절대적으로 많아지게 된다. 이 같은 중소규모 용역업체가 많아질 경우 산업 전체를 놓고 봤을 때 경쟁력 면에서 하나도 나을 게 없다. 노동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을진 모르나 근무환경이 열악해 고급인력 유입이 곤란하며, 이직률이 높고 기술과 경험축적이 이루어지지 않게 돼 해당 산업이 전문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민간대가 법개정 사항은 새해 대한건축사협회가 꼽는 핵심 법제도 개선사항이다. 대가기준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공공의 안전과 부실설계를 방지하기 위함으로, 이미 건축사 의무가입을 통해 건축의 공공적 가치를 실현할 바탕이 만들어졌으며, 건축물 안전을 위한 건축사의 관리체계 강화, 자율 정화기능이 갖춰지게 됐다. 자율적 실행력이 확보된 셈이다.
대한건축사협회는 현재 건축계에 굉장한 악역향을 주는 요소들과 꼬인 실타래를 역순으로 풀어 하나하나 정상적으로 돌려놓는다는 계획이다.
대한건축사협회 핵심관계자는 “건축사로서 인정받고 보람되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생존권 확립과 미래 세대 터전을 위해서는 의무가입 완수 다음으로 가장 시급한 사안이 민간대가 기준이다”며 “건축 설계비 현실화를 통해 건축사사무소 경영 여건 개선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