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불법건축물 7만7,498건…“이행강제금 물더라도 위법 상태 유지가 이득으로 보기 때문”
정부, 이태원 참사 인근 8곳 무단증축 확인 실효성 있는 조치 및 건축법 개정 추진
이태원 참사 원인 중 하나로 위반건축물이 손꼽히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건축법 등 법규를 위반한 건축물이 7만7,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참사가 있었던 용산구의 경우 9월 현재 1,612건의 위반건축물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회와 최재란 서울시의원은 올해 9월 기준 서울 내 위반 건축물은 7만7,498건으로 집계됐다며, ▲무허가·무신고 7만4,870건 ▲위법시공 1,029건 ▲무단 용도변경 855건 ▲기타가 744건이라고 밝혔다.
서울시 주택정책실이 제출한 ‘위반건축물 적발조치 현황, 방지대책, 법령 및 제도개선 관련 건의 현황’에 따르면 용산구는 무허가·무신고가 1,58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무단 용도변경 7건, 기타 17건으로 집계됐다. 용산구는 2018년 1,844건, 2019년 1,878건, 2020년 3,500건으로 해마다 증가해오다 작년 1,950건으로 감소했다.
서울시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해도 위반행위 개선이 없자 2016년 6월 이후 위법건축물 발생 근절을 위한 건축법령 개정을 수차례 건의했고, 2019년 4월 건축법이 개정된 후 위반건축물 행정조치 강화방안을 수립·시행했다.
최 의원은 “이처럼 지속적인 적발과 이행강제금 부과·고발 등 행정조치에도 위법 건축물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이행강제금을 물더라도 위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이득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이번 참사를 계기로 위법 건축물이 얼마나 위험한지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보다 강력한 대안을 마련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위반건축물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이태원 참사 사고 인근 건축물 중 8곳이 무단 증축된 것이 확인됐다. 참사 현장 인근 해밀톤호텔 주점의 경우 테라스를 불법 증축하고 별관 주점이 행사 부스를 무단 설치하면서 5미터였던 도로 폭이 3미터로 좁아져 대피를 어렵게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에서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A 건축사는 “불법건축물 문제는 구옥들이 많은 구도심이 심각한 편인데 이웃이 모두 불법으로 연접한 경우도 다수 있다”며 “이럴 경우 철거하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 한쪽의 신고가 있으면 해당 관청이 강제 철거할 수 있는 제도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건 이후 건축법 개정 등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4일 이와 관련, “향후 위반건축물 관련 제도가 충실히 이행되도록 서울시·용산구와 협력해 조치할 계획”이라며 “위반건축물 근절을 위해 실태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건축법 개정을 추진하고, 실효성 확보를 위한 추가 개선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