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건축사들이 모여 있는 이유
저는 서울특별시를 이루는 25개 자치구의 중심 성동구에서 지역건축사회 운영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속해 있는 지역건축사회의 활동을 광고하려 펜을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회사에서 경력증명서를 만들거나, 한 번이라도 건축사 자격시험에 응시하면 대한건축사협회의 존재를 모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확히 협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그리고 나와는 무슨 관계가 있는지 가입하기 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래서 설계 분야에 종사한 지 18년의 세월이 지나서야 ‘대한건축사협회’라는 곳에 처음 가입하게 됐습니다.
회사 신입사원 공채공고를 올려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회원가입을 해놓고서도 한참을 모르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성동구 지역건축사회를 알게 됐고, 여러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참여 행사가 많아지면서 서서히 지역건축사회 활동이 제 사회활동 중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참여를 통해 저를 낚으신(?) 선배 건축사님께서 어느 날 갑자기 질문을 하셨습니다. “자네, 건축사들이 왜 이렇게 모여 있는지 알아?” 모르겠다고 대답하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건축사들이 외로워서 그래”
아하 그렇구나! 우린 외로워서 모인 거구나. 사실 그렇습니다. 모든 모임의 회칙에는 지구 평화를 지키려는 듯 거룩한 목적을 적어놓지만 사실 다들 외로워서 모인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왔습니다. 건축사들이 힘든 세상을 하루하루 버텨내며 외로우니 이렇게 모여 있는 것 같다는 깨달음이 들었습니다. 다들 힘들지만 우리 직업 때문에 힘든 것은 동료 건축사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조언도 구할 수 있으니까요.
협회란?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설립하여 유지해 나아가는 모임.
갑자기 협회가 한 걸음 더 제게 가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장년을 바라보는 나이가 그런지 처음부터 요사이 말로 ‘인싸’가 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럴 즈음, 한 선배님의 두 번째 멘트를 듣게 됩니다. “건축사분들 다들 잔잔하십니다.”
제 생각과 같았습니다. 제 느낌에도 도시계획 하시는 분들은 너무 이상주의적이고 도도하고, 토목에 종사하는 분들은 조금은 거친 느낌이었는데 구 건축사회에서 새롭게 뵙는 분들에게는 잔잔한 매력이 풍겼습니다. 다른 모임과 다르게 앉아서 잠시만 얘기를 나누다 보면 “건축사들이 모여서 하는 대화는 참 매력 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입 전 밖에서 바라보는 협회의 모습과 안에서 느끼는 협회의 모습은 많이 다릅니다. 저도 협회는 해당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과 외부의 분쟁 등을 조정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정의돼 있지만 그 말만으로 협회의 기능을 그 전부를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건축사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여러 긍정적 작용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듭니다.
아직 협회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이전의 저처럼 활동하지 않는 동료 건축사님들! 이제 협회가 수행하는 밖에서는 잘 알아차리기 힘든 다양한 역할을 안에서 경험하고, 잔잔함 속에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건축사들의 모임을 경험해 보시면 어떨까요? 남은 가을 행복하시고요. 앞으로 협회를 통해 다양한 모임에서 여러 건축사님과 만나 뵙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