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건축사 의무가입과 2022 대한민국건축사대회
2022년 대한민국 건축사는 대한건축사협회 의무가입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맞았다. 건축사법 제정 당시에는 의무가입제였으나 2000년 임의가입으로 바뀐 지 22년 만의 복원이다.
의무가입은 여러 특별한 의미를 갖지만, 동시에 많은 숙제와 고민거리를 안기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건축사가 대내외적으로 단일창구를 통해 협상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간 수만 명 건축사들이 국가·사회와 대화를 할 때 소통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원인 중 하나는 내부적으로 각자 이해관계가 복잡해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어려웠다는 데 있다. 그런 까닭에 사안마다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웠으며, 동시에 여러 불법 행위와 업무의 난맥상을 해결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추가 의무가입이다. 그러나 이제 건축사가 도약해 한 발 더 나아가기 위한 문지방 하나를 넘었을 뿐이다. 사실 의무가입은 문제 해결의 만능 열쇠가 아니기 때문이다. 의무가입 건축사법이 통과되고 실현된 이상, 이제 협회 역할과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2022년 건축사대회는 의무가입 환경에서 펼쳐지는 대규모 첫 행사다. 그런 만큼 협회가 앞으로 건축사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비전과 방향, 그리고 가능성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열린 주제로 이번 건축사대회의 캐치프레이즈가 정해진 것이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의무가입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게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우선 모든 주장과 의제를 협회 내로 끌고 들어와야 한다. 협회 외부의 격론·토론의 장이 공식적인 채널로 확보될 필요가 있다. 갈등을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가 조직의 힘이 된다. 대한건축사협회가 명실공히 건축사들을 대변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가능한 모든 의제·논의들이 응어리지지 않게 협회 내에서 노출될 수 있어야 한다.
세대에 따라서 이런 논의가 단합을 해치는 행위로 간주되거나, 불편할 수도 있지만 필요한 이야기는 스스럼없이 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논의할 대규모 토론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 건축은 각자의 이해관계 또는 입장에 따라, 첨예할 주제들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상호 간 일체의 양보·협상 없이 진행될 수 없는 것이다. 토론이나 상호 간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서 진행되는 것들은 나중에 상호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설득하고 설득당할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건축사 내부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주장이 어떻게 대외적으로 설득력을 얻을 수 있나? 대국민을 상대로는 더더욱 그러하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최근 국가공인 자격자 단체들과 협력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변호사협회 등과 공조해서 대외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변호사협회처럼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자율 징계로 자정 수준과 단계를 높여야 한다. 건축사의 주업무 영역인 건축사법을 위시한 시대에 맞지 않거나 모순된 관계 법령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건축사로서 국가 정책과 방향에 함께해야 하며, 더 나아가 국가 비전을 만드는데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건축사라는 국가공인 자격이 국민 신뢰를 받고 국민이 의지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