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서울 동북권역 8개구 건축사 워크숍 탐방기

2022-08-18     이종호 건축사 · 시원건축사사무소

2008년부터 매년 개최돼 오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중단됐던 서울 동북부 지역건축사회가 주최하는 워크숍·건축탐방 행사가 지난 7월 8일 2년 만에 다시 개최됐다.
이 행사는 서울 동북부(강북, 광진, 노원, 도봉, 동대문, 성북, 성동, 중랑) 건축사들끼리 공동체 의식도 느끼고 건축 현안에 관한 토론과 우리 건축문화·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함에 목적을 두고 있다.

이번 행사는 노원구건축사회가 주관했으며 하루 일정으로 강원도 철원 지역에서 펼쳐졌다. 예년에는 보통 1박 2일의 일정으로 진행됐지만, 올해는 일상 속 휴식 차원에서 가볍게 한 나절 동안 다녀올 수 있는 코스로 강원도 북단에 위치한 철원으로 목적지를 정했다. 곧 건축사대회를 앞두고 있으며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일기예보와 달리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고 구름만 짙게 깔린 흐린 날씨였다. 목적지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거리인데 철원 지역으로 접어들자 잔뜩 흐린 하늘에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탄강 주상절리잔도길이 지난 장맛비 속에 낙석으로 일부 훼손돼 잠정 폐쇄(7월 중순까지)됐다는 소식이다. 뜻밖이었다.

이런 이유로 당초 계획했던 트레킹은 못하고 곧바로 고석정으로 갔다. 오전 10시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는 오지 않았다. 뒤이어 광진구지역건축사회 회원들이 도착했다.
우선 전시관을 관람하고 고석정으로 향해 1억 년 전으로의 시간여행을 떠나 본다. 그동안 몇 차례 다녀간 곳이지만 동료 건축사들과 함께 와서 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고 흐린 날씨에 덥지도 않고 오히려 운치가 있어 더 좋았다. 고석정은 한탄강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대표적인 장소로 철원 제1경이다.

한탄강 가운데 솟아있는 15미터 높이의 거대한 기암봉(거석이라 부르며 이곳에서 임꺽정이 은거했었다고)과 정자 그리고 주변 현무암 계곡 일대를 통칭해서 고석정이라 부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신라 진평왕과 고려 충숙왕이 머물렀다고 전해진다. 겨울에는 얼음트레킹과 여름철 래프팅으로 인기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동송읍 태봉로 1825)

장맛비로 불어난 한탄강은 누런 황토색을 띠며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멀리서 뱃놀이를 즐기는 모습이 마치 조선 시대 실경산수화를 보는 것 같아 우리도 유람선을 타보기로 했다. 15분 동안 요금은 6천 원이다. 단단한 바위산과 부드러운 물의 만남이 절묘한데 땅 위에서 보는 경치와 물 위에서 보는 풍경은 서로 다른 맛을 보여준다.

뜨거운 마그마와 차가운 강물이 빚어낸, 거기에다 바람이 깎아 만든 주상절리의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무늬가 멀리서 보면 근사하고 가까이에서 보니 신비롭다. 지반이 침하하면서 화강암 위로 쌓인 현무암층의 모습 또한 특이하다.
삶은 각자의 속도로 흐르고 방향 또한 다를 수밖에 없지만 지금 순간만큼은 함께한 동료들과의 속도와 방향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무거운 업무의 짐을 잠시 내려놓고 그저 흐르는 물에 몸을 맡기며 유유자적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점심 이후에는 래프팅을 했다. 망설이지 않는 선택, 주저하지 않는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식당 앞으로 청룡래프팅 측에서 버스를 보내와 희망자만 한 차에 타고 래프팅 준비 장소로 갔다. 1인당 요금은 3만 원(비닐 신발 2천 원 별도)이다. 오래전 단양에서의 경험이 있어 두렵지는 않았다. 주의 사항을 들은 후 구명조끼와 헬멧을 착용하고 다시 버스에 올라 갈말읍 순담리 한탄강변으로 갔다. 10명씩 팀을 이루어 보트를 들고 내려가 래프팅을 시작했다.

천혜의 자연경관이 절경인 한탄강 구간 곳곳에 급류 및 여울 형성이 잘 돼 있어 최고의 스릴을 느낄 수 있으며 동시에 깎아지른 듯 보이는 절벽과 주상절리를 감상할 수 있어 영월 동강과 함께 국내 최고의 래프팅 명소다.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는 가운데 지난겨울(1월) 순담계곡에서 주상절리잔도길을 트레킹하며 걸었던 것을 생각하니 더욱 감회가 새로웠다.
이 길은 3.6km 구간 모두가 절벽 길이다. 그랜드캐니언의 콜로라도강처럼 여기도 침하 된 지반으로 계속 강물이 흘러 한탄강 협곡이 생긴 것이다. 수억 년에 걸쳐 생겨난 순담계곡의 속살과 주상절리의 주름살을 두루 볼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주 특별한 지형이다. 

인솔자 구령에 맞춰 천천히 노를 젓다가 물살이 거센 낙하지점에선 스릴도 느껴보았다. 그리고 입수도 하며 중간에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단체 사진을 찍고 2시간 남짓 즐긴 다음 래프팅을 마쳤다.
영어로 행복하다는 뜻의 단어 ‘happy’는 발생하다 ‘happen’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행복하려면 좋은 일을 경험해야 하고 경험의 폭이 행복의 깊이를 결정한다는 게 평소의 생각이다. 오징어게임에서 깐부 할아버지 왈 “보는 것이 하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수가 없지”라고 했듯이 보는 것도 좋지만 하는 것은 더 좋다.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이고 百見不如一行(백견불여일행)’이다.

비록 하루 일정이었지만 동료 건축사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친목을 돈독히 할 수 있었던 소중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동대문구에서 주관하여 더욱 발전되고 알찬 행사가 될 것을 기대하며 함께한 회원들께 감사드리고 특히 이번 행사를 위해 수고하신 노원구 임원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