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④

2022-07-19     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일 년 중에서 가장 덥다는 초복이 지났다. 우리 몸은 강렬한 햇볕과 습한 날씨에 입맛도 떨어지고 발걸음도 무겁게 처지고 있다. 이런 날씨가 이어질수록 면역력은 떨어지기 쉽다. 노약자들은 면역 관리에 철저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목조로 된 시설환경은 노약자들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다. 목재 향기는 부정적인 스트레스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목재의 향기는 심리적 효과는 물론, 혈압을 낮추고 맥박을 안정적으로 돌아오게 하는 등의 진정(鎭靜)작용을 한다. 스트레스에 대항하면서 몸에서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여주는 코르티솔(cortisol) 분비를 촉진한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목재는 빛을 부드럽게 산란시키면서 반사하므로 눈을 통해 시상세포를 안정시킨다. 시상세포는 눈에서 카메라 필름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백내장, 녹내장 등의 노안이 진행되면서 실명의 위험도 높아진다. 사물이 흐리게 보이는 것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목재는 자외선과 같은 유해 광선으로부터 수정체가 혼탁해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한편 적외선은 받아들여서 눈의 피로를 줄이고 따스한 기운을 느끼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목재는 사람들에게 쾌적감을 느끼도록 실내습도를 40%에서 60% 범위로 조절해 준다. 목재는 습도가 높아지면 수분을 빨아들이고, 반대로 실내가 건조하면 수분을 내뿜는 습도를 조절하는 조습(調濕)성질을 가지고 있다. 최근 연구에서 감기나 인플루엔자를 방지하는 면역력을 끌어올리는 데 목재의 조습성질을 이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BA.5 우세종이 다시 국내에 번지고 있다. 목조시설이 몸의 면역력을 키우는 최전방 공격수이자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목조시설에서는 넘어져도 쉽게 골절되지 않으므로 노인들에게 치명적인 골절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물리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의 생활안전사고도 늘어나고 있다. 넘어지고 미끄러지거나 떨어져 다치는 낙상 사고 발생 비율이 40%나 된다고 한다.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사고율도 높아지고 있다. 고령사회의 주거 패러다임을 예측하고 효율적이고 안전한 주거복지시설 계획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핀란드 지브스키엘레에 있는 ‘푸쿠옥카(Puukuokka)’ 주택단지.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위해 저렴하면서 환경친화적으로 2018년에 완공한 구조용직교집성판(CLT) 조립식 모듈시스템의 대형 8층 목조건축물. (사진=Mikko Auerniitty)

고령자 시설은 사회복지시설에 해당한다. 주거복지에 관해서는 노인복지법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건축 및 설비기준은 건축법, 주택법,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로 규정하고 있다. 각각의 법률 운영취지에 맞게 소관부처를 구분하여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소방청 등에서 시설 유형, 적용 대상 및 내용을 차별화하여 관리하고 있다. 이러한 복잡성 때문인지 고령자 시설은 철근콘크리트의 RC조로 지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기술이 진화함에 따라 화재에 강한 목조 내화 건축이 가능해지고 규제가 완화되면서 목조 건축물도 RC조와 동등한 방화성능을 인정받고 있지만, 목조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아직 찾아볼 수 없어서 안타깝다. 

노인은 사회의 일원으로 오랫동안 공존하기를 원한다. 이제 ‘부양’의 대상에서 ‘자립’의 주체가 되도록 유도하는 시설환경이 필요하다. 사회적 고립을 예방하고 노후 생활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공동 활동에 참여하는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