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
몇 해 전, 화제가 되었던 책의 제목이다. 기존의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는 90년생이 사회에 등장하며 달라지는 이야기를 하며 이슈몰이를 했다. 90년생은 간단함, 병맛, 솔직함을 특징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주장으로 제법 화제였다.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샀던 그 이후 90년대 생들과 ‘잘’ 지내보기 위한 혹은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 우수수 쏟아졌다. 심지어는 정부 차원에서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을 출판하며, 90년대 생이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이야기했다.
이제는 90년대 생들이 우리 건축계에도 반향을 불러일으킬 차례다. 그들은 UIA(국제건축사연맹) 건축학인증을 받은 5년제 건축학과 시스템을 거친 첫 세대이고, 어쩌면 수작업 건축사자격시험을 치르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다. 그들은 젊은 건축사로서 건축계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건축계에도 90년대 생의 특징으로 꼽히는 솔직함, 간단함, 독특함의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건축설계와 감리로 대표되는 ‘업’이 아닌, 자신들의 방식으로 건축을 대하고 있다. 건축이라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한 직장에서 오래 배우고, 경험하여 단단해지는 방식대신 스스로 부딪히며 달라지는 방식을 선택한다. 그들의 선택은 어쩌면 지금껏 유지되어오던 사수-부사수의 시스템과 완전히 상반되는 형태를 보인다.
새로운 변화는 언제나 불편하다. 처음 90년대 생이 화제가 되었던 그 때처럼, 솔직함과 간단함이라는 포장된 말이 아닌 개인화와 냉정함으로 표현된다. 쉽게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지 않고, 일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그들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하고, 갈등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연필, 삼각자, 컴퍼스가 아닌 키보드와 마우스로의 변화만큼이나 당혹스러운 변화로 나타난다. 그러나 2차원의 선이 3차원의 공간이 되는 마법에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이해가 수반되는 것처럼, 우리의 새로운 관계에서도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90년생과 우리 건축사들은 ‘잘’ 지내며, 건축의 흥함과 성함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건축의 흥과 성을 위하여,
90년대생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