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설, 미래를 위한 건축_경기도교육청 설계공모 시스템에 대한 생각

2022-07-05     김상언 건축사 · 에스엔건축사사무소
김상언 건축사

아이들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그리고 학교에서 처음으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보고, 사회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들은 아직 미숙하여, 처음으로 마주하는 사회에서 특히나 건축과 공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런 이유에서 나는 교육의 시스템 못지않게 학교건축과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간이 바뀌어야, 생활이 바뀌고, 생각이 바뀐다. 따라서 학교건축은 매우 중요하고, 더욱더 혁신적이고 새로운, 그리고 도전적인 건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교육시설의 개보수, 증축과 신축 등 건축행위가 가장 많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 어디인가? 자신 있게 ‘경기도’라고 말할 수 있다. 서울의 일부나 지역사회에서 아동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과는 반대로 신도시 개발로 인해 꾸준히 학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에듀플랜’이라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온라인으로 공모접수와 심사자료 열람 등이 가능하도록 만들어 놓았는데, 이 시스템에서 조회되는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의 설계공모(제안공모 포함)의 수가 90개가 넘는다. 이 많은 수에 달하는 건축기회가 적절한 과정과 평가 속에서 새로운 학교를 짓는데 쓰였다면, 교육계는 엄청난 발전을 이룰 수 있으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나는 과거 한국건축문화대상 신진건축사부문 수상경험 덕분에, 경기도교육청의 설계공모 심사위원 풀에 포함되어 있고, 지난 1년 동안 4-5회의 심사과정에 참여했었다. 그 과정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것은 나뿐이 아니었으며, 여러 신진건축사들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설계공모와 심사 시스템이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생겼다. 이 사회의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심사위원 구성에 있다. 총 7인이 심사에 참여하며, 심사위원 풀은 5개 그룹으로 추측한다. 첫 번째 그룹은 내가 속한 그룹으로, 신진건축사 수상 실적이 있는 사람이다. 대부분이 만 45세 미만의 젊은 건축사다. 두 번째 그룹은 건축사 자격은 있으나, 건축사 업무를 하지 않는 분들이다. 시청·구청·각종 공사 등 기관에 소속된 건축사로, 실무를 하다가 건축사를 취득하였는지, 기관에 있다가 건축사를 취득하였는지 알 수 없다. 세 번째 그룹은 국방시설본부, 한국환경건축연구원, 타 교육청, 적산사무소 등에 소속된 전문가, 네 번째 그룹은 시공사 대표로 추측한다. 다섯 번째 그룹은 대학 교수 그룹인데, 전문분야가 설계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교통·설비·방재·환경 등 다양한 분야의 대학 교수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중에서 3인이 심사에 참여한다. 보다 혁신적이고 좋은 안을 이해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건축을 설계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설계경험이 없는 건축사나 건축설계의 전문성이 없는 심사위원이 설계의도를 파악 및 평가할 수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설계의 경제성, BF 인증, 친환경인증, 시공성 등이 중요하다고 해서, 그런 전문가가 심사위원이 될 수는 없다. 시공사 대표가 건축의 전반을 수행한다고 해서, 기본계획안의 설계의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

심사위원의 구성 외에도 여러 가지 개선할 사항이 많다. 건축설계공모 운영지침에서는 토론심사와 심사결과(이미지 포함) 인터넷 공개 등을 권고하고 있다. 특정 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금지하고, 1회 정도 돌아가면서 발언하는 방식은 제대로 된 토론심사가 아니다. 토론과정에서 타인의 의견에 주관이 흔들린다면 심사위원 자질이 없는 것이다. 경기도 교육청은 에듀플랜이라는 홈페이지를 만들고도 단 한 번도 입상작을 공개하지 않았다. 입상작 공개는 설계공모의 질을 높이고, 심사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심사과정을 인터넷(유튜브,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교육청의 시선으로는 현재 시스템이 공정하고,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질 좋은 환경과 건축을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정한 안’보다는 ‘최적의 안’을 뽑아야 한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의 심사위원 구성과 심사방식은 문제가 많다. 이를 공감하는, 심사에 참여한 신진건축사들, 그리고 이번 기회로 변화의 필요성을 인지한 기성 건축사들, 그리고 대한건축사협회를 포함한 건축단체들이 다 함께 움직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