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③

2022-06-21     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작년 우리나라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이 전체의 17%나 된다. 2007년 476만 명에서 857만 명으로 1.8배나 늘어났다. 반면 출생아 수는 2007년 49만7천 명에서 지난해 26만 명으로 빠르게 줄고 있다. 보험료를 낼 사람은 절반으로 줄고 의료 수혜를 받을 사람은 두 배로 늘어나는 구조로 변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나 출산율 저하로 복지나 의료 분야가 부담해야 할 몫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의료제도, 노인보험제도로는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저출산·고령화가 우리 사회 발전의 커다란 암초가 되고 있다.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최근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의료부담을 고령자와 젊은이를 따로 분리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인구 비율이 바뀌면서 사회구조의 변화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수반하여 질병 구조에도 커다란 변화가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스스로 일상생활을 꾸려나가지 못하는 노인 인구도 빠르게 늘고, 자택에서 간호를 하는 것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극단적인 표현일지 모르지만, 고령자 요양시설은 격리시설이 아니다. 특히 알츠하이머 증상의 노인은 환각, 망상, 우울, 의욕 저하 등의 정신 증상과 배회, 흥분 등의 행동 이상으로 생체 리듬이 파괴되어 사회 적응이 어렵다.
 

일본 토치키현의 목조 지역포괄케어시스템

스스로 생활이 어려워 이를 돌봐 줄 간병인이 필요하다. 최근 간병인을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고 그 비용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들의 치유에는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요양시설이 중요하다. 가급적 지금까지 살아왔던 지역을 중심으로 그 지역의 문화와 접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건축적인 배려가 뒤따라야 한다. 휴식의 질을 높이자면 건축적으로 우선 아늑해야 하고 시설 자체에서 따스한 온정이 배어 나와야 한다.

또 오감이 편안해지도록 공기, 빛, 소리 등을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자연에 대한 집중과 휴식의 질을 높이는데 필요하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상호 이해심을 높여주고 협동심을 키워준다. 또 사람의 심리·생리 상태를 적절히 지원하여 문화, 건강 등에 대한 살아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게 되어 쾌적하고 질 높은 인간 중심의 공동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친환경적이면서 삶의 질을 소중히 생각하는 양호 요양시설 환경은 궁극적으로 의료 부담을 줄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시설은 수적으로 의료 선진국과 같은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이 철근콘크리트조의 시설 위주로 조성되어 있다. 노약자의 치유에 길항(拮抗)적인 효과를 미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목조 요양시설은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환자나 간병인의 상태에 맞게 조명이나 공기질을 생체 리듬에 맞도록 편안하게 제어하여 치매 증상을 지연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고령자의 존엄성 유지와 자립생활 지원을 지역이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이란 중증 간병상태가 되어도 정든 지역에서 인생을 마칠 때까지 자신다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주거, 의료, 간병, 예방, 생활지원이 일체적으로 제공되는 구조를 말한다. 목조시설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치매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 간호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 서비스 질 향상으로 이어져, 간병 이직이나 간병 인력 부족의 해소로 이어지고 있다. 

나무의 온기를 살리면서 최첨단 의료장비의 도움으로 언제까지나 자신답게 지낼 수 있는 시니어 양호 요양시설, 인생 100년을 목조와 함께 누릴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