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현상
2022-06-21 함성호 시인
착시현상
- 변의수
맹수는 들판을 달리지만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맹수는 스스로 움직일 뿐이다
하늘의 새는 날고 있지 않다
한 점 새의 문양 속에 갇혔을 뿐
창들은 온몸으로 햇살을 거부한다
빛은 창들의 언어를 교란하고 봉쇄한다
그것이 역사의 유일한 작업이다
빛은 공간을 연다고 말하지만
시간을 되감을 뿐
유리창은 사각에 갇혀 있다
풍요는 언제나 힘을 증거한다
사물은 권력의 도구일 뿐
붉은 태양은 매일 새로움을 가장한다
사물들은 꿈을 꾸고 있을 뿐이다
하늘의 새는
스스로 만든 움직임의
착시현상 속에서 날고 있다
- 변의수 시집 ‘은유의 물리학’ 중에서/ 상징학연구소/ 2022
왜 이 세계에서 질량을 가진 것들은 빛보다 빠른 게 없을까? 이 물음에 어떤 물리학 이론가는 시간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시간이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있는 이 물리적 계가 빛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고 그 움직임을 우리는 시간이라고 알고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없다면 우리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는 것은 뭘까? 그게 바로 계가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이미 정해진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