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가 불가능한 엄청난 사람들’
논현동 29번지 일대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현직 대통령 사저가 위치하고 있어 근자에 화두에 오르더니 이번에는 도자기회사 회장, 제약회사 회장, 타이어회사 부사장 부인, 대형 그룹회장 일가, 전직 국회의원 부인, 여기에 현직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사회 지도층 소유의 주택들이 인접해 있는 대지에 기존 2층 규모의 다가구 주택을 지상 4층, 19가구 규모의 도시형생활주택(다세대주택)으로 재건축하는 계획에 대한 민원이 언론 매체의 화두다.
공사가 진행되자 주민 20명은 “원룸형건축물의 입주자들 때문에 심각한 피해를 입고 ‘통제 불가능한 엄청난 사람들’에 의해 사생활침해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4조는 모든 국민의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한다. 또한 제17조에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음을 보장한다. 신축 원룸형 건축물에는 누구나 입주할 수 있다. 대한민국 전 국민 중 누구나 입주가능성이 있다.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통제 불가능한 엄청난 사람들’이라니 민원인들 눈에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통제 불가능한 엄청난 사람들’로 보이는가 보다. 또한 건축행위에 의한 일조침해나 조망침해, 개구부에 의한 사생활침해 등은 관계법령에 의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다. 관계법령을 준수했음에도 심각한 사생활 피해가 예상된다면 구체적인 이유를 밝혀야 한다. 타 언론보도에 따르면 고급 주택가에다 세대주택이 들어서면 주민 수가 늘어 주차난이 생기고 원룸엔 유흥업소 종사자들도 입주하기 때문에 동네가 망가질 것이라는 것이 민원의 이유다. 어처구니없다.
부자 동네인 강남구에서는 이 같은 분쟁이 비일비재하다. 관할 지역에서 발생하는 민원이니 담당공무원 입장에서는 방관할 수 없다. 건축허가도 민원이고 건축공사 관련 진정도 민원이다. 공무원 입장에서는 법적인 요건을 갖추고 해당 관계 규정에서 벗어남이 없다면 강제할 수 없다. 공적신분으로 임의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정을 해도 법적구속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분쟁당사자 간 합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부분 행정청 조정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으로 민원인 간의 소송이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손해배상을 청구해 사법적판단을 구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대한민국 지도층이 많이 거주하는 강남에서는 어림없을 것 같다. 도대체 누가 ‘통제 불가능한 엄청난 사람들’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