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팔광땡

2022-06-07     함성호 시인

삼팔광땡

- 박윤우


이제 달만 뜨면 되겠다
꽃패 한 번 잡아 보겠다고 엉덩이 밑에 숨긴 3월 벚꽃 한 장. 방석 밑에서 만개해 있다 

이승이 죽어야 나가는 판이라면 
여기는 털려야 나가는 판이겠다 

너무 오래 깔고 앉아 있으면 꽃물 들텐데, 만월공산은 어느 산등성이에 홀패로 서 있나? 
음복주가 몇 순배나 돌고 있는데 
달은 지랄맞게 뜨지 않고 깔고 앉은 3월 벚꽃은 염치없이 애만 끓인다

한사코 달 없이 끝나는 파장 
장례식장 계단을 나서니 어라! 
하늘은 둥두렷한 만월 차지고 땅은 3월 벚꽃 흐드러진 꽃비 차지다
바야흐로 이승이 삼팔광땡이다 

 

- 박윤우 시집
 ‘저 달, 발꿈치가 없다’ 중에서/ 시와반시/ 2020

누군가 화투판에서 삼팔광땡을 노리고 슬쩍 삼광을 방석 밑에 숨긴 모양이다. 팔광 만 나오면 방석에 숨긴 삼광을 맞춰 삼팔광땡을 잡고 판을 쓸어버릴 계산이었는데 다른 누군가도 같은 생각을 하며, 그는 팔광을 숨기고 있었던지 판이 끝나도록 팔광은 나오지 않았다. 다른 누군가도 기다렸던 삼광을 두고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같이 삼팔광땡을 노렸지만 정작 삼팔광땡이 나타난 곳은 화투판이 아니라 화투판 밖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