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공모 심사 전 사전접촉(전화·방문) 관행, 이대로 괜찮나
‘건축 설계공모’ 사전접촉 관행 깨야 관련 규정에서 심사위원 공개시점부터 심사 전까지 전화·우편·방문 금지, 사전접촉 시 엄연한 ‘실격사유’ 심사 前 인사차 전화·방문 등 사전접촉 오랜 시간 차곡차곡 잘못된 관행으로 쌓여 ‘이 정도는 괜찮다’ 인식 자리 잡아 유명무실 ‘사전접촉’ 금지 규정, “자정 노력 절실”
“관련 규정은 심사위원 사전 접촉을 금지하지만, 일부 지역에선 심사 전 전화를 안 해도 문제가 됩니다. 예의상 이번 공모에 참가한다고 인사차 전화·방문하는 잘못된 관행인데, 엄연히 실격사유거든요. 이런 관행이 너무 만연합니다.”
최근 ○○지역 건축 설계공모에 참여한 한 건축사는 “전화·방문 등 심사위원에 대한 사전 접촉 및 설명 등 공정한 평가를 저해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지난 5월 ○○지역 공공기관이 “설계공모 결과발표를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한 참가사가 심사 전 다수의 심사위원에게 전화로 사전접촉해 불공정 논란에 휘말린 것이 사유로 알려졌다. 사실 참가사들 간의 치열한 수주경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음성적 로비·청탁은 근본적으로 심사 전 이뤄지는 ‘심사위원과의 사전접촉’에 기인한다.
‘건축 설계공모 운영지침’, ‘조달청 건축설계공모 운영기준’에 따르면 설계공모 참가자가 심사위원을 사전접촉을 하는 건 명백한 ‘실격’사유다. 규정에 따라 발주기관은 불공정행위 방지를 위한 사전접촉 금지서약서와 사전접촉 여부확인서를 제출받아야 하며, 조달청은 관련 규정 제15조(실격)에 ‘실격사유’로 아예 못을 박았다. 여기서 사전접촉이란 심사위원 공개시점부터 심사위원회 개최 전까지 정보통신기기 이용 또는 우편, 방문을 통해 심사위원에게 참가자 자신 또는 공모안을 인식케 하는 것을 말한다. 두 규정 모두 2017년, 2019년 관련 내용이 개정된 바 있다.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 관계자는 “의도가 있든 없든, 심사 전 전화·방문 등 사전접촉하는 건 실격사유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이정도는 괜찮겠지”라며 사전접촉을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오랜 시간 잘못된 관행이 쌓여, 이를 관대하게 보는 경향이 생긴 결과다. 공정의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이런 관행을 깨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특히 지연·학연으로 얽혀 있는 지역일 경우 사전접촉이 당연할 정도로 관행이 뿌리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 공고 뒤 안부 인사차 전화하고, 불쑥 방문하는 식인데, 반대로 ‘이번에 심사위원이 됐다’고 먼저 연락하거나, 심지어 “계획안을 보자”는 사례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건축사는 “여전히 심사위원을 찾아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는 응모자가 많은 게 현실이다. 일부에선 심사위원이 전화를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건축사는 “인맥에 관련된 부분은 지역에 한정돼 있으므로 대구·전남처럼 심사위원은 지역별로 편중되지 않게 1개 지역에 2인 이내로 제한을 두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심사위원 수를 30~50명으로 늘리는 순간 기존 방식이 통하지 않게 된다. 메타버스로 비대면심사가 가능해졌으므로 특별한 프로젝트는 시범적으로 운영해보는 것도 방법이고, 장기적으로 그렇게 가는 게 맞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