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보 자격을 경력자로 확대, 5년제 인증과 실무수련 연동해야

2022-05-18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건축설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제식 방식이 어느 정도 작동하는 분야다. 이런 개념은 의대의 인턴이나 레지던트 기간과도 유사하다. 사회생활을 함에도 학업의 연장처럼 학습하는 과정이 지속되기에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평생직업의 진입 장벽에 서게 된다. 다만 전문자격을 취득하게 되면 여타 업종과 달리 퇴직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덜하다. 

이에 반해 일반 업종들은 사회 초반부터 꽤 높은 보수를 받으면서 시작하지만 대체로 10년에서 20년 사이 정점을 찍고, 그 이후는 명예퇴직 등으로 그만두게 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회 초반 숙련의 기간을 기다려야 하는 청년층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다. 과거 건축설계 업계의 낮은 생산성과 대가로 대표되는 열악한 근무환경은 청년층의 진입을 가로막는 요인이었다. 이런 인식의 일상화는 건축교육 전문화를 모토로 5년제 학제로 늘어난 건축대학 졸업생들에게도 악영향을 주었고, 건축설계 산업 진출이 낮아진 원인이 됐다.

21세기 들어 건축설계 산업의 고용시장은 급변하고 있다. 근무환경 역시 과거와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20%가 넘는 임금 상승률이 몇 년간 지속되었고, 주5일제가 정착됐으며 야근업무도 줄어들었다. 각종 자료를 살펴보면, 2022년 국내 건축사사무소는 일본이나 유럽일부 국가들과 비교해 인건비와 근무 환경이 월등히 개선됐음을 알 수 있다. 실제 이웃 일본의 경우 통상 아틀리에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평균 초임이 20~25만엔 사이다. 교통비는 회사마다 별도로 지급되지만, 전체 생활물가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근무환경이 결코 낮지 않다.

이런 사례를 언급하는 이유는 국내 건축사사무소 업무환경이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말하기 위함이다. 그럼에도 미래 건축사 업계와 산업을 이끌 청년층의 수급 불균형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인력난이 누적되면 10년, 20년 뒤 대한민국 건축사 산업계의 몰락은 자명하다. 건축설계 산업은 갈수록 개인의 창의성에 기반해 문화·산업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력 수급 문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 자원 고갈의 문제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는 인력수급에 대한 과감한 접근·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모두가 건축사가 될 이유와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축사보의 자격, 범위 확대를 촉구한다.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공업고등학교 건축과를 나온 청년층에게 건축사보 경력자격을 부여해야 한다. 이는 2~3년제, 4년제 건축 관련 학과 출신에게도 마찬가지다. 나아가 건축사보 자격 교육과정을 개설해 건축설계 산업에 진출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5년제의 도입 취지에 맞게 전문성을 강화하고, 교육부와 함께 엄격한 경력연동 관리를 통해 인증제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 80% 이상 실무수련자가 없는 경우 5년제 인증을 말소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현재 5년제 대학을 인구 감소 수준에 맞춰 합리적으로 축소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