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②

2022-05-18     이동흡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객원교수
이동흡 교수

사람이 오래 산다는 것은 축복 받는 일이다. 그 축복을 영원히 누리고 싶지만 인간의 수명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살았던 사람은 122년 164일이라고 한다. 향후 의학의 발전으로 인간의 수명도 비약적으로 늘어나리라 생각한다. 장수 못지않게 신체 능력이 저하되어도 인간답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도 수반되어야 한다. 정부는 이에 대응한 의료제도, 노인보험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의 사회보장 제도로는 근원적인 개선이 어려워 그 책임을 미래 세대에게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복지선진국을 중심으로 건축 환경이 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의가 주목을 받고 있다.

건축기술로 인간의 최고 수명을 직접 연장시킬 수는 없지만 개개인이 주어진 인생을 안심하고 풍요롭게 지내는 데 관여할 수 있다. 건축물은 고령자의 존엄성 유지와 자립생활을 건강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대의 주역도 고령자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이들의 삶터를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복지국가 실현의 초석이고 사회의 기본자본이다. 이제 우리는 이 주역들에게 생활자립을 지원하는 건축기술을 어떻게 적용해야 더 효율적일지 깊게 고민을 해야 할 때다. 

일본의 지역 밀착형 노인홈 내부 모습(경골목구조 내화건축물). (사진=daikibo-mokuzo)

고령자는 처음부터 신체가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신체기능이 점차 퇴화되므로 신체가 부자유스럽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관리의 여부에 따라 노년까지 신체 관리를 잘하여 자립적인 생활을 하는 고령자도 많이 있다. 이들이 오랫동안 안전·안심하고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축기술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는 국가적 의료 및 복지비용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제부터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생체 리듬에 동조하는 바이오필리아의 건축 재료로 개선해야 한다. 또 주거 공간의 장벽이나 위험을 제거하여 자립적인 생활을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생활의 범위를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목조건축은 이러한 요구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특히 노약자가 목재와 가까이할 때 신체의 스트레스 반응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신경학적, 생리학적, 심리학적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압을 적당하게 조정하며 집중력도 높여준다. 또 불쾌감이 제거되면서 심리적 행복은 늘어나고 집중과 휴식의 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목조건축은 노약자 시설로 가장 바람직하다.

목질 공간은 인간의 상호 이해심을 높여 살아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스트레스로부터 사람의 심리·생리 상태를 적절히 지원하여 문화, 건강 등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으로 유도한다. 최근 복지선진국을 중심으로 자연과 생명 회귀의 바이오필리아의 개념으로 목조건축을 에이지 프렌들리의 파트너로 삼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보다 빨리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은 사회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이를 위해 지역 밀착형 특별 양호양로원을 운영하고 있다. 그들의 생애 돌봄의 인프라(infrastructure)를 10여 년 전부터 목조건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기존 시설은 철근콘크리트 구조가 많았지만 최근 고령자 시설의 사회 복지시설은 2010년 제정된 ‘공공건축물 등에 있어서 목재의 이용 촉진법’의 시행과 규제완화를 적용해 대부분이 목조화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공건축물의 목재이용 촉진법’(안)이 현재 국회 발의 중에 있다. 초고령사회의 에이지 프렌들리를 기대하며 이 법안이 생애 돌봄 터전 조성의 초석이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