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상호작용(Inconvenient Interaction)’

2022-05-03     김남국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김남국 연구소장

HCI(휴먼컴퓨터인터랙션)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편리함이다. 아이폰처럼 사용법을 전혀 배우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인간과 기계가 상호작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게 HCI의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정반대되는 불편한 상호작용이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불편함이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실린 글로벌 알람 앱 ‘알라미’ 사례는 불편한 상호작용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알라미는 작년에 매출 130억 원, 영업이익 60억 원을 기록했다. 무려 45%에 달하는 놀라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회사다. 네트워크 기반 플랫폼 기업의 대부분은 대규모 적자를 감수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원을 퍼붓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외부투자 없이도 자체 자금으로 성장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드문 사례다. 성공의 핵심은 의도적 불편함에 있다. 특정 미션(수학문제 풀기, 스쾃 같은 운동, 사진찍기 등)을 끝내지 않으면 절대 알람은 꺼지지 않는다.  

불편한 상호작용이 성공하려면 일시적 불편함이 장기적 이익으로 연결돼야 한다. 일어나자마자 머리나 몸을 쓰는 건 정말 불편한 일이지만, 결국 확실히 잠에서 깨어나게 도와주기 때문에 좋은 기상 습관을 유지시켜줘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자기계발을 지원해준다.
 

불편한 상호작용의 대표적 성공사례인 알라미 앱 구동화면

또 불편함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머리나 몸을 너무 많이 쓰게 한다면 장기적으로 이익을 준다 하더라도 고통의 수준이 너무 커서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 그래서 알라미는 사용자가 수학 문제 난이도를 포함해 미션의 강도를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실제 미국 사용자들은 두 자릿수 더하기 계산에 어려움이 많다며 한 자릿수 계산 문제로 대체할 것을 요구해 이 서비스를 추가하기도 했다.

결국 고객들의 불만이나 욕구를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화를 갖고 있어야 불편한 상호작용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알라미 운영사는 실제로 강력한 고객지향적 문화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치매 할머니는 기상 미션으로 약병 사진을 찍었는데, 덕분에 하루도 빠짐없이 약을 챙겨먹을 수 있게 돼 건강이 좋아졌다며 알라미 앱이 ‘Lifesaver'라고 칭찬해줬다. 그래서 알라미 사무실에는 라이프세이버라는 이름의 회의실을 마련했고 이 할머니의 사연을 창문에 적어두는 등 조직원들이 항상 고객을 생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고민삼 한양대 교수에 따르면, 웃어야 열리는 냉장고, 운동을 해야 작동하는 전자레인지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불편한 상호작용을 활용한 상품 아이디어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고 전한다. 장기적으로 확실히 가치를 창출하는 불편한 상호작용이란 개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