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쪽에 대해서는 말하는 게 아니다

2022-05-03     함성호 시인

달의 뒤쪽에 대해서는 말하는 게 아니다

- 김태형


나 때문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
달의 뒤쪽은 달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갇혀 있으면서도
길고 좁은 감옥이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저곳이 아니라서
가까스로 이해한 문장에만 밑줄을 친다
네가 있어 네가 보이지 않는다고

 

- 김태형 시집 ‘고백이라는 장르’/ 장롱 / 2015년

사랑 때문에 깊이 상처받고 있는 사람은, 차라리 너가 없었다면 이렇게 괴롭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 번 쯤은 한다. 너가 없었다면 이 고통도 없었겠지만 사랑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감각을 통해서 대상이 있음을 안다. 감각을 통해 인지 할 수 없는 대상이 있다면 그래도 우리는 그것이 있음을 알 수 있을까? 보이는 것을 통해 믿는 모든 세계가 이 시에서는 허물어지고 있다. 바로 보이는 것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