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지역 발전방안’ 토론회 개최···용산 대통령실 시대, 서울 도시 발전 잠재력 이끌어 내야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할 서울 용산지역 개발과정에서 동서로 지역을 관통하고 있는 경부선 지하화가 필요하고, 기존 청와대 역시 전통과 근현대사를 대변하고 있는 만큼 보존개발 필요성이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대한건축사협회, 한국건축가협회, 대한건축학회)은 4월 2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지역 발전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석정훈 한국건축단체연합 대표회장(대한건축사협회장)은 “용산지역 회복은 역사적 의미뿐 아니라 단절됐던 서울의 중심부를 되찾아 서울 전체의 체계적 발전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며 “도시경쟁력을 강화하고, 국가 성장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선 서울의 문화, 역사, 녹지, 상업 도시성장의 축을 재편하고, 용산공원이 국가 도시공원으로 역할·기능할 수 있도록 도시기본계획 등 관련 계획 변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석준 국회의원은 축사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열린 대통령실을 구현하기 위해 용산 집무실 이전코자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집무실 용산이전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건축·도시계획 전문가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용산지역 발전방향과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의 ‘대통령실 이전과 용산지역 발전방안’, 이형재 ㈜정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건축) 고문의 ‘청와대 설계개념과 향후 활용방안’ 발표에 이어 두 주제와 관련된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희정 교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용산지역 과거·현재를 밝히고, 발전방향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그간 용산은 외세의 군사시설 기지로 서울강북의 발전을 막는 역할을 했지만, 이번 대통령실 이전으로 서울 도시 발전 잠재력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됐다”며 “국가상징가로 조성, 동서의 단절을 꾀하던 경부선 철도 지하화와 연계해 지역발전 구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개발 압력 등에 따른 난개발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해결방안으로 이 교수는 통합관리체계 적용을 위한 관리운영 조직 마련, 공공과 민간의 연계, 초연결 도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제시했다.
청와대 설계사인 정림건축의 이형재 고문은 청와대 건축의 시대적 배경과 청와대 주요시설, 전통 건축양식의 반영 노력, 상주감리 에피소드를 전하며, 청와대 건축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이 고문은 청와대 활용과 관련해 “기존 건축물에 어떤 콘텐츠를 넣을 것인가를 고민할 시점이고, 새로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선택적으로 기존 시설을 활용하고 국민들에게 개방할 부분은 개방해, 청와대의 상징성·영속성은 이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보존 필요성, 동서 발전 저해한 경부선 지하화 ‘공감’
토론에서는 용산이 기존 도심을 잇는 기능적인 역할 외에 미래성장 거점으로 나아갈 전환의 중심지로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동서를 가로막는 고속철도 지하화로 도시공간을 재창조하고, 용산공원 역시 뉴욕센트럴파크나 런던 하이드 파크와 같이 도심 내 중심공원으로 구심점이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선 권영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단절된 동서방향의 연결 강화를 주문했다. “집무실 이전 계획에 따라 서울시 전체 공간 구조 관점에서의 발전이 기대된다”며 “현재 고속철도로 동서로 나눠진 일대를 지하화와 용산공원 조성으로 동서 방향 연결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헌 배재대 건축학과 교수는 ‘일상으로의 복귀’라는 말로, 용산이 장소성을 되찾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김 교수는 “용산은 사실 일상의 공간이었는데, 식민지화 거점이 되었고, 전후에는 미군이 차지했다”며 “대통령 집무실이 오게 되면 소통·통합 공간이 되면서 일상 공간이 되는 것이자, 장소성을 찾는 일이 된다”고 소개했다.
청와대 보존개발 필요성 언급도 있었다. 김지한 대한건축사협회 이사(한도시 건축사사무소)는 대통령실 이전을 건축학적 관점과 관광학적 관점에서 접근했다. 특히 청와대 활용은 일부 통제가 필요한 페이드존과 완전 개방을 위한 프리존으로 구역을 분리해 단계적 보안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는 역사적 국가문화유산이자, 전통적 건축양식을 바탕으로 건축됐고, 긴 시간 국가원수를 위한 시설로서 보유한 소장물도 보물급이다”며 “단순 전면개방보다는 전통성에 기반한 보존개발방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서영주 한국여성건축가협회 부회장(주. 어크로스건축사사무소 )은 용산 집무실 이전은 “실제 우리 도시에서 필요한 용도를 용산에 넣고자 하는 움직임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서울이라는 도시전체 구조에서 왜곡된 부분은 재구성하고, 놓치고 있는 가치는 새로 발굴해 도시 전체가 균형·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런 도시 구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이 선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밝혔다.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집무실 용산 이전은 회복,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고, 질곡과 어두운 역사가 있는 땅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개발시대를 지나면서도 보존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 이전을 동력 삼아 미군기지로 인해 왜곡돼 있는 동작대교 북단이 곧게 펴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인근 주민의 규제·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용자 측면에서의 접근도 있었다. 조항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 근현대 역사와 정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청와대와 용산공원은 국가 상징공간으로 현재 우리 안의 것들이 발산되어 구체화될 수 있는 ‘미래적 여가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청와대와 용산공원이 MZ세대에게 사상의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미래 세대 참여로 새로운 도시공간 단초를 용산에서 해보는 도전의 기회가 되길 바라고,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홍성용 대한건축사협회 편집국장(건축사사무소 NCS lab)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장기적 마스터플랜이 필요한 일이며, 동아시아 도시에 비해 뒤처지고 있는 도시경쟁력 확보를 위해 경부선 지하화, 용산 정비창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편집국장은 “용산개발은 서울의 공간 가용도를 낮추는 한강, 경부선 지하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장기적 마스터플랜이 돼야 한다”며 “특히 대통령실 이전은 집무실만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부속행정실들도 자리해야 해서, 그런 업무 추진시설까지 확보하기 위해선 삼각지에서 녹사평에 이르는 공간을 시가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성용 편집국장은 또 “현재의 청와대 자리는 근현대사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국가정체성을 보여주는 역사적 맥락에서의 장소 복원 가치가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김광현 좌장(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은 토론 말미 대통령실 이전과정에서 오늘 토론회 의견이 참고 될 수 있길 바라며, 건축사·조경·역사·인문 분야 등 집단 지성인들이 모여 관련 문제에 대한 토론을 벌이는 계기도 만들어지길 희망했다.
한편, 이날 한국건축단체연합은 토론회에서 다뤄진 주요 내용을 정리·종합해 빠른 시간 내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