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에이지 프렌들리(Age Friendly)’ ①
가까운 미래에 인간은 12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장수유전자 관련 연구로 생존회로를 보강하는 연구가 활성화되고, 첨단 의학에서 노화세포를 파괴하는 연구가 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오래 산다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원초적 욕망이다. 그러나 시니어들사이에서는 신체적 반응이 새로운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인지부조화를 호소하는 가련한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모바일이나 인터넷 예매를 못해서 설 기차 입석의 70%이상이 노인이라는 웃지 못 할 촌극도 벌어지고 있다. 식당의 주문방식이 키오스크(무인 주문기)로 바뀌고, 슈퍼마켓에서도 자동계산대가 증가하고 있다.
컴퓨터나 모바일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흡수력이 늦은 시니어들은 정산 방법을 몰라 곤란에 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치 다른 시대에 태어 난 듯 주변에서 일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사라진다. 이 때문에 은둔 생활로 전락하는 노인 비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격세지감에 빠져들고 이는 사회기피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UN이 정한 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을 고령화사회, 14% 이상을 고령사회,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를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을 초고령사회라 한다. 통계청에 의하면 2020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의 15.7%인 812만5,000 명으로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여기에 고령인구 비중은 계속 증가해 2025년이 되면 20.3%로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이 된다고 한다. 미처 대처할 시간도 없이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를 맞고 있다. 실로 중차대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소통과 교감을 통해 하나의 생명 고리로 연결되어 있다. 모든 생명은 우주의 이치 속에서 생명 순환의 법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유전자에는 분명히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내재되어 있다. 임종을 맞는 이에게 목재로 된 관을 사용하는 것도 마지막 길을 결결한 자연과 함께 떠나보내려는 배려가 아닐까 생각한다. 시니어들이 등 떠밀려 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 가고 싶지 않은 것도, 요양시설이 아닌 내 집에서 늙고 죽고 싶은 이유도 자연회귀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시니어들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입을지’에 대한 고민보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박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부터 노년층에게 활동적이고 건강한 노화를 지원하는 에이지 프렌들리 도시(Age Friendly Cities)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초고령사회 진입 시니어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본능적으로 생체리듬에 동조하는 건축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윌슨은 이를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고 표현했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bio-)’과 ‘좋아함(-philia)’을 조합한 말이다. 바이오필리아에 부합하는 건축 재료가 바로 목재다. 사람과 공간은 분리할 수 없는 상생의 관계이고, 이를 연결하는 매체를 목재로 보고 있다.
최근 선진국을 중심으로 치유나 자연 회귀, 건강 지향 등 인간답게 살기 위한 라이프 스타일의 중심에 목재를 두고, 생활공간과 건강과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목재의 냄새, 감촉, 겉모습과 같은 오감 요소가 현대병(우울증, 치매, 노화방지, 심장질환, 아토피피부염)의 예방효과와의 관련성을 밝히는 연구이다. 목조건축은 바이오필리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자연 요소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에이지 프렌들리에 목조건축의 필요성을 이후 몇 회에 걸쳐 함께 논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