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판 위의 챔피언

2022-04-19     함성호 시인

들판 위의 챔피언

- 이지아


그것은 속도와 힘으로 가득한 것이다. 
놀리고 싶은 것들이 생길 때는 
그 뒤에서 따라 했는지 모른다. 

가령 희망이거나 가능성. 
아니면 상관없어 이런 말들
 
굴뚝을 돌아 다른 구멍을 찾아 헤맸는지도. 
거짓을 믿어주는 것은 승리자의 배려이고. 
세무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박수 치며 수박을 깨는 것도 괜찮지 싶다.

 

 

- 이지아 시집 ‘오트 쿠튀르’ / 
  문학과지성사 / 2020

지금 입고 있는 하의 색깔과 오늘 점심에 먹은 음식의 이름을 합치면 그럴듯한 인디밴드 이름이 된다는 얘기가 있다. 외국어의 음만 차용해서 우리말로 지어도 된다. 실제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이란 인디밴드의 이름은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에서 음차한 것이다. 만약 거기에 의미가 있다면 그것은 나중에 생기거나 영원히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의미가 없다는 것은 거기에 어떤 형식도 없다는 말이다. 우리의 인식은 무의미한 것들을 잘 저장 할 수 없다. 휘발되는 감각―, 거기에서 우리는 시라는 형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