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와 젊은 건축사
코로나19는 건축업계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정부의 금융정책으로 급격한 유동성 증가와 저금리는 자산 가치를 상승시켜 리모델링과 건물 신축 수요를 창출했다. 재택근무 시행으로 기업의 대면업무가 원격으로 전환됐고, 그로 인해 거주 공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방송사·유튜브 콘텐츠는 가구, 인테리어, 건축다큐 등과 연계되어, 공간개선 수요를 높여 주택·아파트 거주공간 개선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 구매 시장의 확대는 산업분야에 물류창고와 공장, 지식산업센터라는 새로운 건축 수요를 만들었다.
건설업계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며, 다양한 건축설계 수요가 급격히 늘었다. 뿐만 아니라 유튜브, 공중파 방송 등은 집과 인테리어, 가구와 같은 건축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중이 건축에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정보들은 건축을 위한 가장 첫 단계인 건축설계의 중요성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순히 건축설계 업무의 양적 성장만이 아닌 질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음을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다. 2016년 양평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고 설계 상담을 오는 예비 건축주분들의 질문의 대부분은 평당 설계비, 장당 설계비가 얼마 인지였다. 설계비를 면적당 기준으로 계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안내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5년이 지난 지금은 건축주의 꿈과 이상, 앞으로의 설계과정과 건축사의 경험·생각 등을 질문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러한 변화는 젊은 건축사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고 본다. 비교적 경쟁이 덜한 작은 규모의 설계공모 프로젝트나 건축법규 제한사항이 비교적 적으면서 용적률 확보와 같은 수익성이 건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단독주택 프로젝트들이 건축사의 디자인을 통해 좋은 건축물들로 완성되고 있어서다. 이런 건축이 주변 이웃에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을 이끌어내고 있다. 많은 건축사사무소들이 함께 수익을 만들고 나누면서 항상 타 분야와 비교했던 근무조건이 개선되고, 그 결과 건축사를 꿈꾸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급속도로 건축시장이 커짐에 따라 발생한 늘어난 수요와 공급 병목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물류대란은 건축자재 품귀현상을 일으켰다. 이는 건축수요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 수요 감소를 불러오고, 그동안 경력자들이 설계사무소 불황으로 업계를 떠난 가운데 신입 전공자마저 유입이 더뎌지며 설계인력 수급 측면에서 수요대비 공급이 부족한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화하고 있다. 그로 인한 설계품질의 저하 가능성은 앞으로의 건축수요를 감소시킬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급격한 시장변화는 향후 부동산 경기에 따라 갑자기 분위기가 확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시장이 축소되면 가장 타격을 받는 것은 사무실이 온전히 자리 잡지 못한 젊은 건축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의 상황에 안주하기보다는 건축주의 기대에 부응하여 건축사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내실을 다지는 최선의 전략이다. 시장변화를 파악해 상황에 맞는 전략으로 앞서 나가는 데 온전히 집중하는데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