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설계업무 중도타절 시 대응방법
설계를 한참 진행 중에 있는데 이러저러한 사정을 이유로 건축주로부터 설계업무 중도타절을 요구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 건축사님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요즈음 대개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른 설계 표준계약서를 기초로 하여 계약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표준계약서는 건축주를 ‘갑’ 그리고 건축사를 ‘을’로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나름 두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어느 정도 공정하게 규정해 놓고 있으므로, 가급적 이 계약서를 바탕으로 계약을 하시면, 건축주들의 거부감과 저항감도 적을 것이므로 우선은 이를 추천드립니다.
개별적 요구사항들은 ‘특약’ 형식으로 규정하시면 되고, 이 경우 ‘특약’은 기본조항에 우선하여 적용됨도 유의하셔야 합니다.
이 표준계약서에는 제13조에서 건축주에 의한 계약해지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사유는 건축사의 부도, 건축사가 설계용역업무를 타에 양도한다는 등 그 사유가 상당히 제한되어 있는데, 실무에서는 이러한 적법한 해지 사유 외에 건축주의 단순 변심, 인허가에 대한 착오, 인허가 관청과의 마찰, 심지어 더 저렴한 설계업체와 계약 등 억지에 가까운 사유로 타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설계 계약은 창의적인 디자인 등을 고안한다는 의미에서는 위임의 성격도 띠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에 건축주와 합의된 내용의 설계도면을 완성해낸다는 측면에서는 도급의 성격을 기본으로 하는 계약입니다. 따라서 설계계약을 해지당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가운데, 건축주가 설계업무의 타절을 요구할 경우, 건축사로서는 건축주의 타절 요구가 부당하기에 그에 응할 필요는 없으나, 몇 가지 상황의 수습이 필요합니다.
첫째, 타절 요구가 부당하다고 하여 계속 잔여 설계업무를 진행하여 도면을 완성하고 건축주에게 납품한 다음 설계대금 전부를 달라고 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비록 타절 요구가 이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서로 신뢰가 깨어진 이상은 타절 요구를 받은 즉시, 또는 타절 요구의 진정성과 확실한 의사임을 재확인한 즉시 설계업무는 종료하시고, 그때까지의 결과물을 건축주에게 보내고, 전체 업무량에서 그때까지 업무량이 차지하는 비율에 따른 설계대금 및 남아 있는 잔존 업무를 마저 완수했을 때 건축사가 취할 수 있는 적정 이윤을 청구하시는 것이 합당합니다. 예를 들어 총 설계비가 1억 원인데, 중단 시까지 진행한 업무량이 60% 정도라면 이에 해당하는 60,000,000원과 진행하지 않은 잔존 업무 40%에 대한 적정 이윤이 건축주에게 청구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금액이 되는 것입니다.
둘째,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대개 설계계약서에는 대금의 지급 시기에 관하여, 예를 들어, 계약 시 20%, 계획설계도서 제출 시(건축심의 해당 시 심의도서 포함) 20%, 중간설계도서 제출 시(건축허가도서 포함) 30%, 실시설계도서 제출 시 30% 등으로 대금 지급 시기를 구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에 아직 계획설계도서를 제출할 시기는 아니지만, 미리미리 작업을 해둔다는 의미에서 중간설계도서 작업이나 심지어 실시설계도서 작업까지 하는 경우가 흔히 있는데, 이런 경우 건축주와 사이의 대금 조정은 다소 복잡한 사정을 띠게 되므로, 건축주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는 차원에서, 가급적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내용증명도 발송하는 것이 필요하고, 종국에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건축분쟁조정위원회나 법원에 호소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