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파고(波高) 속 국내 건축계, 준비는 되었는가?

미국의 건축설계 관련 법제, 시장 현황 파악 및 MRA를 위한 기준․절차․이행계획 마련 등 과제 산적

2011-11-16     백민석 편집국장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와 관련, 온 나라가 시끄럽다.

국회 내에서 한-미 FTA 찬성론과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갖고 주목하기 시작했고 대부분 언론의 헤드라인이 한-미 FTA에 관한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국회 비준을 기다리고 있는 이번 한-미 FTA 서비스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네가티브(Negative)'방식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 1일 잠정 발효된 한-EU FTA의 경우 양허표에 기재한 분야만 개방하는 '포지티브(Positive)'방식(WTO 서비스협정에서의 양허방식)을 채택하여 양허표에 기재하지 않은 분야는 개방되지 않는다. 네가티브 방식을 채택한 한-미 FTA의 경우 전면개방을 원칙으로 미 개방 분야는 별도로 '미래유보(부속서 Ⅱ)'로 정리되어야 한다.

한-미 FTA '부속서 12-가 전문직 서비스'와 부록 12-가-1 상호인정 및 임시면허를 위한 분야'에 의하면 건축서비스, 엔지니어링서비스, 수의서비스 분야는 협정이 발효되면, 발효 후 1년 내에 자격상호인정 추진을 위한 '전문직 서비스 실무 작업반(Professional Service Working Group)'을 구성하여 전문직 상호인정(MRA)을 논의 하게 된다. 이 작업반은 양국 민간단체를 주축으로 양국의 전문직 면허 상호인정 기준과 절차 및 이행계획 등을 마련하게 되며, 양국 정부 관계기관으로 구성된 공동위원회에 협정 발효 후 2년 내에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공동위원회에서는 작업반이 제출한 보고서의 실제 이행상황을 최소 3년마다 검토하게 된다. 건축설계분야의 한-미 자격상호인정방안은 ▲양국 건축사협회의 상호인정을 위한 약정체결 촉진방안, ▲양국 건축사의 면허발급 및 증명 절차에 대한 실현 가능한 모델 개발, ▲기타 건축사의 서비스 공급에 관한 상호 관심분야 등의 건축사 면허 상호인정기준과 절차 및 이행계획 등으로 구성된다. 전문직 서비스 실무 작업반에서 건축설계분야 자격상호인정 논의 시, 우리나라의 국익을 도모하는 성공적인 협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법제, 시장 등을 분석하고 MRA의 쟁점사항 등을 미리 예측하여, 효과적인 MRA 추진방안과 협상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참고로 전문직 서비스분야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전문직 자격의 동등성에 기초한 상호인정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이에 대하여 GATS(General Agreement on Trade in Service,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 협정문 제6조( Domestic Regulation, 국내규제)에서는 전문직 서비스와 관련하여 전문직업인의 자격을 검증할 적절한 절차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7조(Recognition, 인정)에 의하면 전문자격에 관하여 타국의 면허나 자격 등을 인정할 수 있으며 회원국은 인정에 대한 국제공동표준과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정부기구 혹은 비정부기구와 협력하여 작업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건축설계서비스 분야에서도 건축사 자격의 국가 간 상호인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기관 혹은 권한을 위임받은 비정부기관을 통한 상호인정작업이 필요하다.

부동산 정책과 밀접한 건축계로서는 '투자' 항목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정부가 ▲공공목적을 위해 ▲비차별적인 방법으로 ▲적법절차를 준수하는 경우에 한하여 투자자의 재산을 수용 및 국유화(직접수용)할 수 있으나 신속․적절․효과적으로 수용 당시의 공정한 시장가격으로 보상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직접수용과 동등한 정도로 재산권을 침해하는 '간접수용'에 대해서도 정당한 보상을 제공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간접수용'이란 특정 정부 조치로 인하여 투자자가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어 투자의 가치가 직접 수용과 동등한 정도로 박탈되는 경우를 말하며 간접수용의 판정 법리 및 예외적 상황 등은 '수용부속서'에서 규정하고 있다. 미국 수용부속서는 간접수용의 정의를 "소유권 이전이나 명백한 재산권 몰수가 없더라도 이와 동등한 효력을 갖는 국가조치"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간접수용 해당 여부의 판단은 ▲정부행위의 경제적 영향, ▲정부행위가 명백하고 합리적인 투자자 기대이익을 침해하는 정도, ▲정부행위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사안별로 결정하고 보건․안전․환경 등 공공복지 목적의 비차별적 조치는 '드문 상황이 아닌 한(except in rare circumstances)'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판단의 기준이 모호한 '간접수용'의 범위와 관련, 우리 정부는 간접수용의 인정범위가 더욱 제한될 수 있도록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을 구성하지 않는 공공복리 목적을 위한 비차별적인 규제정책의 예시로 '부동산가격안정화정책'을 명기했고 ▲공공복리목적의 조치도 간접수용이 될 수 있는 '드문 상황'을 더욱 제한하여 '목적 또는 효과에 비추어 조치가 극도로 심하거나 불균형적'일 것을 예시로 추가했으며 ▲간접수용 판단법리에 국내 대법원의 수용 법리상의 원칙인 '특별희생' 법리를 추가하여 "정부조치로 인하여 특정 투자자에게 공익을 위해 수인해야 할 범위를 초과하는 '특별한 희생'이 발생하였을 것"을 '정부조치의 성격'을 심리함에 있어 고려해야 할 요소로 규정하였음을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부동산 정책들은 그 목적상 모두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에 해당, ▲공급확대목적정책(신도시계획, 공공택지지정, 분양가상한제, 원가공개, 광역재정비사업 등), ▲투기억제정책(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소형주택의무건설, 임대주택의무건설 등의 재개발/재건축관련 제도, 토지거래허가, 주택거래신고, 투기과열지구지정, 종부세 합리화, 양도세 강화, 개발부담금, 기반시설부담금 등), ▲금융정책(주택담보대출, Loan to Value, Debt to Income 등) 등이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부동산가격안정화 정책 이외의 그린벨트 지정 등의 '용도 제한이나 지구 지정' 등도 정당한 복지 목적을 위한 비차별적 규제정책이기 때문에 간접수용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향후 법령 제․개정에 있어 한-미 FTA와 충돌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많다. 우리나라의 입법권이 침해받는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에 대해 과도한 제약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합리적이고 균형 있게 운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미 FTA와의 합치 여부가 향후 국익과 국가경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이 다분한 가운데 대한건축사협회 소속 A건축사는 "향후 건축 관계 법령 제․개정에 미국 눈치를 봐야하는 것 아닌가?"하며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세계 시장 개방은 1980년대 이후 무역자유화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선진국 간 서비스무역, 지적재산권, 투자 및 경제정책 등 심층적 통합이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무역장벽이 완화되면서 세계 시장의 공정한 경쟁 요구가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에서 1994년 UR(우루과이 라운드) 협정 타결로 WTO 발족의 계기가 되었고 1995년 WTO 출범, GATS에 의해 전문직 서비스분야의 개방이 시작되었다. 또한 2001년 11월 WTO 뉴라운드의 공식출범을 선언하는 DDA(도하 개발 어젠더) 선언문이 채택됨으로서 포괄적인 뉴라운드가 공식 출범하고 분야 별 양허협상이 진행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ASEAN(동남아국가연합), EFTA(유럽자유무역연합), 인도, 칠레, 싱가포르, EU(유럽연합), 페루 등과는 FTA가 기 체결되었고 캐나다, 멕시코, 호주 등과는 FTA가 협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