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 성공으로의 출발!

2022-04-05     고광문 건축사 · 건축사사무소회인 <경기도건축사회>
고광문 건축사

건축주 브리핑은 프로젝트 용도에 관계없이 모든 업무의 시작을 일컫는 출발점이 된다.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아 연락을 준 건축주는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다. 건축주의 다양한 요구와 조건을 맞추다 보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어린아이에게 설명하듯 귀담아 듣고 쉽고 친절하게 자문하는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이것은 건축주가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전무하다는 전제로 서비스 컨설팅을 받는 고객의 요구에 맞춰 이해도를 높여야 하는 출발점이기도 한데 절간에서 도를 닦는 듯 인내가 필요하다.

건축 브리핑의 첫 단계는 건축주가 얕은 지식으로 알고 있는 ‘우려’, ‘요구’, ‘용도’, ‘법규 테두리’ 등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다양한 예시 alt1, alt2를 준비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필요해 보인다. 처음 브리핑은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이기보다 건축주의 사용목적과 건축사의 전문적 지식을 접목해서 이해를 돕는 과정이다. 간혹 브리핑이 건축설계의 한 부분으로만 생각해볼 수 있지만 그 과정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대형 프로젝트인 경우 때로는 브리핑 과정에 대한 용역비용을 제시하기도 한다. 제안서를 작성하기 위한 ‘시간’, ‘노력’에 대한 가치를 얻기 위함과 본연의 업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건축주에게 반드시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환자나 건축주는 비슷한 유형을 갖고 있다. 의료행위와 건축행위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과거의 경험 또는 적절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관점의 차이는 전문성을 뛰어넘을 수 없는 벽과도 같다. 건축 브리핑의 경우 건축계획은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요구하기도 한다. 객관적인 법규 안의 테두리는 법규 검토에 그치지만 그 속에 기발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은 잠재된 전문가의 타고난 재능으로 채워야 한다. 

건축주와의 ‘커뮤니케이션’은 경력이 많은 건축사일수록 쉽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는 ‘기술’은 그리 간단치 않다.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받아들이고자 하는 내용만 기억한다. 전달의 기술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부분이다. 또한 ‘피드백’도 전달력만큼이나 중요하다. 많은 말들이 오가고, 브리핑 시간이 길어지면 정작 핵심을 놓치기 쉽다. 잘 정리된 목차에 따라 진행하면 자칫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비껴갈 일이 줄어들고, 브리핑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복잡하지 않게 요점만 전달하면서 건축사가 리드하는 방식으로 이끌어야 성공적인 브리핑을 할 수 있다. 

드디어 브리핑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마지막 단계인 계약까지 완료한 후 건축주를 배웅할 때는 꼭 건축 관련 서적이나 시집(수필집)을 준비해서 건넨다. 건축주는 지루하고 길었던 브리핑보다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에 더 감동하고 오래 기억한다. 이것은 나의 오랜 습관이며 노하우이자 브리핑의 성공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