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래야
2022-04-05 함성호 시인
달래야
- 장경린
매화는 다시 매화가 되려 하고
수련은 다시 수련이 되려 하고
북한산도 다시 북한산이 되려 하는데
걸쭉하게 몸 버린 한강도
다시 한강이 되려 하는데
쓰러진 강아지풀도
강아지풀로 일어나려 하는데
나는 뭐가 돼야 쓰겠소
응?
- 장경린 시집 ‘토종닭 연구소’중에서 / 문학과지성 / 2005
봄이다. 두보는 ‘춘망(春望)’에서 “나라가 망하니 산과 강만 있고/ 성안에 봄이 오니 풀과 나무만 깊어 있구나”라고 했다. 김소월은 이 시를 받아 ‘봄’에서 “못 보느냐 벌겋게 솟구치는 봉숫불이/ 끝끝내 그 무엇을 태우려 함이료/ 그리워라 내 집은/ 하늘 밖에 있나니”하며, 빗질할 것도 없는 자신의 백발을 향하고 있다. 장경린 시인은 자연의 회복력을 말한다. 그 회복력은 아마도 우리가 잊어버린 우리 자신을 향하고 있는 듯하다. 이 봄 나는 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