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제 인증 조건으로 실무수련 비율을 기준 삼아야 한다

2022-03-29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

의료계는 2000년 의과대학 정원 3,000명 선을 확정하고 지난 22년간 매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로스쿨의 경우도 인가 대학 숫자를 늘리지 않고 시장의 인력수급을 조절했다. 법조계나 의료계는 대국민 일대일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전문 분야다. 전문분야의 학제연동은 건축계 역시 요구되었고, 국제화 요구에 맞춰 지난 2011년 건축사 교육 전문화를 이유로 5년제로 전환됐다. 문제는 의료계, 로스쿨과 달리 대학정원과 인증대학 숫자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는 점이다. 2003년 시작된 5년제 인증대학은 점차 늘어나서 20년이 지난 현재 69개 대학이며, 정원 또한 26백여 명에 이른다.

건축사 산업은 시장 특성상 대량 공급 체제여서 평생 건축사와 국민 개개인이 만날 일이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 특성과 정책은 개인 건축을 활성화시키기보다는 기업형의 대량 공급 체제로 더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전 세계 유일하다시피 한 이런 정책과 시장체제에서 건축사의 대국민 비율은 크게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막연하게 대국민 비율과 건축사 숫자, 건축대학 정원이 언급된다. 시장구조와 전혀 상관없는 자료와 근거로 엉뚱한 정책이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부작용이 심각하다. 대학원 지원자가 급감해서 연구기능이 약화되고 있으며, 5년제 인증 대학 졸업생의 실무수련 비율이 50%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건축사 업무의 특성상 보조원의 도움을 받아야 함에도 인력수급은 악화일로다.

혹자는 근로환경을 이야기 하지만, 이미 근로 관련법과 사회 분위기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작금의 인력수급 문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나? 이미 부동산 시장의 특화가 대한민국만의 특성이라면 건축사 산업계의 구조, 특히 인력시스템에 대한 대대적 변화와 혁신이 있어야 한다.

우선 건축대학 5년제 인증제도를 실무수련 비율과 연동해서 인증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건축사보를 좀 더 제도화 하고 강화시켜 학력보다는 경력중심의 기능자격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특성화고를 졸업해도 경력을 쌓으면 자격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이런 자격이 시장에서 유효토록 해야 한다. 5년제 정원을 줄이고 건축사 합격률을 높여야 하며, 필요하다면 의과대학처럼 학년 유급제도 필요하다.

인력수급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오래 걸릴 수 있어 지금부터 대응해야 한다. 미래에 더 큰 고통과 마주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절실하게 개혁에 나서야 할 때다.